오세훈 서울시장이 박원순 전 시장과 서정협 권한대행 시절 추진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그대로 이어 나가기로 했다. 대신 2023년 완공 예정이던 광화문 앞 월대(月臺) 복원을 예정보다 1년 더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27일 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사 중인 광장을 원상 복구하려면 이미 공사비로 투입된 250억원에 복구 비용까지 최소 400억원의 매몰 비용이 발생한다”면서 “광장 역사성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으로 보완해 공사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전임자 사업을 무조건적으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시장의 행정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오 시장이 역사성을 강화하겠다며 앞세운 게 월대의 조기 복원이다. 월대는 궁궐이나 건물 앞에 놓인 넓은 기단(基壇)으로, 각종 의식 등에 이용하던 장소다. 광화문 앞 월대는 중요 행사가 있을 때 국왕이 드나들면서 백성과 소통하고 화합하던 공간이었다고 한다. 2008년 경복궁 광화문 복원 공사 때부터 월대를 복원·발굴해야 한다는 주장이 처음 나왔다. 2010년 공사가 끝난 뒤에는 복원 요구가 더 커졌다. 하지만 교통 흐름을 방해한다는 지적 때문에 추진이 미뤄졌다.
이후 작년 11월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이 광화문광장 공사를 착공하며 “2023년까지 문화재청과 공동으로 월대를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시 관계자는 “오 시장도 2009년 지금의 광화문광장을 만들 때 역사성을 강조했는데, 광장 원상 복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이참에 월대 복원을 서둘러 광장의 가치를 높이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광화문 앞에 복원할 월대는 길이 50m, 폭 30m 정도로 예상된다. 이 경우 광화문 앞으로 월대와 보행로 등이 광장 방향 쪽으로 볼록 튀어나온 구조가 된다. 현재 직선 차로에 가까운 사직로는 이 월대와 보행로를 따라 반달 형태로 휘어질 전망이다. 월대 복원까지 하면 전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는 내년 초에나 마무리될 예정이다.
오 시장은 이날 “세종대왕의 애민 사상이 보다 부각되는 상징물들을 조성해 역사적 의미를 드높이고, 이순신 장군의 상유(尙有) 12척(아직도 12척이 있다), 23전 전승 등 역사적 사실을 분수 형태로 담아내겠다”고 했다. 또 “의정부 터, 세종문화회관 등 공공부지와 KT 건물 등 민간 건물이 광장과 연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광화문 광장 공사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경실련 등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단체’는 “시민단체와 소통이 없었고, 오 시장의 일방적 공약 파기”라며 28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월대 복원 과정에서 교통 체증 등 시민 불편이 커질 수 있다고 반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서울시는 “도로가 굽어질 뿐 차로 개수를 유지하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