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교통방송)가 자사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진행자 김어준씨 출연료를 인상하기 위해 제작비 규정까지 바꿨다는 주장이 나왔다.

방송인 김어준씨. /TBS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2일 TBS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원래 하루 최대 출연료로 11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었다. 지난 2014년 3월 개정된 ‘교통방송 제작비 등 지급에 관한 규정’에서 라디오 방송 사회자는 일일 60만원까지, 방송 채널 사회자는 일일 50만원까지 출연료를 받을 수 있다고 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TBS는 작년 4월 2일 ‘제작비 지급 규정’을 고쳐 라디오 프로그램 사회자에게 하루 최대 100만원의 출연료를 지급하고, 오디오 콘텐츠 출연료 100만원에 더해 영상 콘텐츠 출연료 100만원을 매일 별도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김씨가 진행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라디오 진행 장면을 유튜브 등을 통해 ‘보이는 라디오’ 영상으로도 송출하기 때문에 김씨는 하루 출연료로 최대 200만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200만원보다 더 많은 출연료를 받는 것도 쉬워졌다. 종전 규정에서는 “교통방송의 대표는 ‘TBS 방송편성규약’에서 정한 프로그램 편성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상한액을 초과하여 제작비를 지급할 수 있다”고 정해져 있었다.

현재 적용되는 TBS '제작비 지급 규정'. 작년 4월 2월 제정됐다. /허은아 의원실

그런데 TBS는 규정을 개정하며 “콘텐츠 참여자의 인지도 지명도, 전문성, 경력 등을 특별히 고려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대표이사 방침에 따라 상한액을 초과하여 제작비를 지급할 수 있다”고 고쳤다. 초과 출연료를 지급하려면 편성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던 것이 대표이사 결정만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작년 3월까지 적용되던 TBS 제작비 규정. /허은아 의원실

규정이 바뀐 시점은 TBS가 독립 재단으로 전환된 작년 2월 17일 이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다. 지난 1990년 개국 이래 서울시 산하의 ‘사업소' 신분이었던 TBS는 이때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라는 별도 출연기관으로 독립했다. 법적 운영권이 서울시장에서 재단 대표로 넘어가면서 TBS는 예산이나 인력 운용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당시 TBS는 미디어재단 출범을 앞두고 ‘시민의 눈으로 한 걸음 더’를 새 슬로건으로 정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허 의원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TBS가 김씨에게 세금을 떠먹여 주기 위해 규정까지 제정한 것”이라며 “지난해 4월 2일 급하게 관련 규정을 개정한 것도 총선으로 정치적 변동이 있기 전에 김어준의 출연료를 안전하게 올리려는 것이 아니겠냐”고 했다.

또 허 의원 측은 “TBS에 작년 개정된 조항에 따라 상한액을 초과 지급한 사례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으나, ‘정보 제공이 불가능하다’고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