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용구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진상 조사에 착수한 지 3일로 100일이 됐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같은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으로 정권 실세인 이 차관의 폭행 사건을 놓고 두 수사기관이 정권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은 작년 11월, 술에 취한 이 차관이 타고 가던 택시의 기사를 폭행하면서 불거졌다. 당시는 법무부 법무실장을 지낸 이 차관이 변호사로 있을 때로, 법무차관으로 임명되기 한 달 전이었다. 택시기사가 폭행 장면이 녹화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경찰에 보여줬지만, 담당 수사관은 “못 본 걸로 하겠다”며 이 차관을 입건조차 않고 내사 종결 처리했다. 사건 은폐 의혹이 일자, 당시 경찰은 “블랙박스에 영상 녹화가 안 돼 있었다”며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영상을 복원해 경찰에 보여줬다”는 피해자 증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경찰은 사건 종결 과정의 봐주기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월 24일 수사부장(경무관)을 단장으로 총 13명으로 구성된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올해 출범한 경찰 수사의 컨트롤타워인 ‘국가수사본부’ 본부장(당시 직무대리)의 1호 지시였다. 하지만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 최종 결과는 물론 중간 조사 발표도 없다. 사건 발생 6개월, 진상조사단 출범 10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조사 중”이라는 입장이다.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조사 대상자만 50여명으로, 사건 발생 시점의 통화 내역 7900여건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차관의 휴대전화를 확보한 것은 진상 조사 착수 두 달이 지나서였다. 아직 이 차관 소환 조사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경찰 안팎에선, 당시 사건 담당 수사관이었던 A 경사만 처벌하고 ‘꼬리 자르기’식으로 경찰 진상 조사가 끝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찰이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작년 말부터 경찰과 별도로 이 차관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이 사건 종결 과정에서 봐주기와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며 고발한 사건이다. 한 경찰 간부는 “만약 검찰 수사에서 새로운 사실이 나오면 경찰 입장에선 난감해지는 만큼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도 지난 1월 사건 담당서였던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하고 당시 수사에 관여한 경찰관을 소환 조사한 뒤로 이렇다 할 수사 진척이 없다. 이 차관 사건 담당자인 이동언 중앙지검 형사5부장은 2019년 8월부터 작년 9월까지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으로 있으면서 당시 법무실장이었던 이 차관과 함께 근무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법무차관이 아닌 일반인이었다면 벌써 그를 수차례 불러 조사했을 것”이라며 “복잡하지도 않은 사건을 수개월간 질질 끄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