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2주간 매일 일기를 쓰면 네이버페이 포인트 1만6000원을 주는 이벤트 ‘#오늘일기'를 시작했다가, 3일 만에 조기 종료했다.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먼 내용으로 일기를 쓴 참여자들이 많았다는 이유다. 3일간 일기를 쓴 참가자들은 “대기업이 작심삼일이냐” “네이버페이 가입자만 늘리고 개인정보만 쏙 빼간 사기”라며 네이버를 비난했다. 3일간 네이버 블로그에는 이벤트에 참여하려는 목적으로 쓰인 일기가 180만 건 가까이 올라왔다.
네이버는 지난 1일 ‘매일매일 챌린지 #오늘 일기’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이 이벤트는 블로그에 ‘블챌(블로그 챌린지)’ ‘오늘일기’라는 태그를 입력하고 2주간 일기를 올리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일기를 3일까지 올리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네이버페이 포인트 1000원, 10일까지 올리면 다시 5000원을 주고, 14일간 일기 쓰기를 모두 마치면 1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고 했다. 총 1만6000원어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 불황에 10원 단위 소액을 적립해주는 ‘짠테크(짜다+재테크, 적은 돈으로 하는 투자법)’ 이벤트를 찾아다니던 네티즌은 1만6000원이라는 큰 보상액에 열광했다. 이들은 “2021년 기준 최저시급이 8720원이니, 일기 14개의 작성시간이 1시간 50분을 넘기면 안 된다. 글 하나에 8분꼴”이라는 팁까지 공유했다. ‘#블챌' ‘#오늘일기' 해시태그를 쓴 이벤트 참여 글은 1일 60만2434건, 2일 58만5647건, 3일 55만9654건으로, 총 174만7735건이었다.
네이버는 3일 오후 11시쯤 “여러 아이디로 복사 글을 붙여 쓰기 하는 등 어뷰징 형태의 참여자가 많아 부득이하게 #오늘일기 챌린지를 종료하게 됐다”며 “3일 차 참여자에게 포인트 1000원을 주겠다”며 갑작스러운 조기 종료를 알렸다. 공지 글에는 댓글 2만여개가 달렸다. “네이버페이 가입자만 늘리고, 개인정보와 데이터만 얻고 ‘먹튀’한다” “예산 없으니 조기 종료하면서 참여자 탓을 한다” 등 비난이 쏟아졌다.
이벤트 참여자들의 실망은 행동으로도 이어졌다. 네티즌은 트위터와 네이버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에 조기 종료한다는 공지를 네이버에 ‘부적절한 홍보 게시글’로 신고해 인증하거나 네이버페이를 해지하는 방법을 공유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약속 안 지키는 네이버 혼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까지 올라왔다. “블로그 챌린지 시켰으면서 왜 갑자기 작심삼일로 닫죠? 쓰레기 같은 네이버”라는 내용의 청원에는 4일 오전 11시 기준 6000명 넘게 동의했다.
네이버는 4일 오전 “어제 급작스러운 이벤트 종료 공지로 당황하셨을 블로거 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이벤트 참여에 대한 뜨거운 열기가 계속되면서 이벤트의 기획의도와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먼 내용과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참여해주시는 분들도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