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칙과 기준을 세운 뒤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지자체가 요구하고 힘겨루기하는 식으로 철도망이 정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4차(2020~2030년) 국가철도망 계획’에 대해 김한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국가 철도망 계획에 지자체가 건의한 노선이 168개나 되는데 그중에서 할 수 있는 건 40~50개 정도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철도 노선은 집값과 직결되기 때문에 주민들 관심이 뜨겁고 표를 의식한 지자체장들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다. 정부는 그때그때 지자체 건의를 받아들여 철도 노선을 정하게 되고, 그 결과 전체적인 철도 노선이 비효율적으로 짜였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국토부는 4차 철도망 계획에서 ‘GTX-D’로 불리는 서부권 광역급행철도를 서울 강남까지 직결하지 않고 김포~부천만 연결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김포 신도시 주민들이 크게 반대했다. 그러자 국토부는 다시 GTX-D 노선을 서울 용산이나 여의도까지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GTX(광역급행철도) 역시 애초 수도권에 몇 개를 할지 정해 놓고 시작해야 효율적으로 노선을 정할 수 있는데, 일단 시작한 뒤 B, C, D를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보다 정치권 입김을 덜 받고 철도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철도공단이 철도의 미래 청사진을 한번 제시해보겠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 미세 먼지를 줄이고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선 전체 교통수단에서 철도가 차지하는 비율을 현재 11%에서 장기적으로 40~5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인구는 많아 철도가 성공할 수 있는 요건을 다 갖추고 있는데도 지금까진 도로를 넓히는 데만 치중해 환경오염 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 “차가 밀린다고 도로를 지어도 그 효과는 6개월~1년밖에 안 간다는 게 외국에선 다 검증됐습니다. 도로가 뚫리면 사람들이 차를 더 많이 가지고 나오기 때문이죠. 자가용보다 친환경적 대중교통인 철도 이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게 환경 문제 해결의 시작점입니다.”
지난 2월 취임한 김 이사장은 1987년 국토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철도정책과장, 교통정책실장을 역임한 뒤 공항철도 사장까지 지내 ‘철도 전문가’로 통한다. 국가철도공단은 철도를 건설하고 관리하는 국토부 산하 공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