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정부 관리 기금(基金) 재정이 빠르게 악화하고 국가 채무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들어 그 추세가 심해졌으며 이는 정권 관심 사업을 대거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대부분 정부 재정에서 빼서 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감사원은 3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장기 재정관리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2015~2019년 5년간 정부가 운영하는 기금 61개 가운데 주택도시기금·소상공인기금 등 27개(44.2%)가 적자였다. 문제는 앞으로 5년간 적자 기금 목록에 근로복지기금·임금채권기금 등 5개가 추가돼 32개에 이를 것으로 감사원이 전망했다는 점이다. 이 적자 기금들의 전체 적자 규모는 2015~2019년 연평균 14조2164억원에서 2020~2024년 연평균 35조8857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기금 61개 중 절반이 적자
감사원에 따르면, 주요 기금의 재정 상태가 현 정부 들어 크게 악화했다. 국민건강기금의 경우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 해인 2016년 1510억원 적자였지만 2019년에는 4672억원으로 적자가 불어났다. 주택도시기금(4조4524억원13조5929억원)과 중소벤처기금(6263억원1조7233억원)도 같은 기간 적자 규모가 3배로 커졌다.
이 기금들이 부실에 빠진 요인으로는 우선 ‘방만한 운영’이 꼽힌다. 감사원은 국민건강기금과 관련, 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상황에서 실질적인 지출 구조 조정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기금은 기금 목적과 맞지 않는 R&D 등에 투자한 결과, 2015년 대비 2019년 사업비 지출이 6017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담배 가격에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 자체 수입은 같은 기간 3798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감사원은 남북협력기금·주택도시기금 등 기금 11개에 대해서 “특별한 자체 수입 없이 설치됐거나 사업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사업비 축소도 쉽지 않아 향후 부실 전망이 크다”고 밝혔다. 남북협력기금은 지난 5년간 연평균 2300억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 남북협력기금은 나가는 돈은 있는데 이렇다 할 수익 사업이 없다. 부족한 사업비는 ‘공공 자금 관리 기금(공자기금·공공 기금 여유 자금을 모아둔 것)’ 등에서 조달하는데, 공자기금에서 빌려온 돈에 대한 이자 상환비만 2015~2019년 연평균 776억원에 달했다.
주택도시기금의 경우 자체 사업이 있기는 하지만 사업비로 나가는 돈이 많아 적자가 쌓인 경우다. 최근 5년 새 사업비가 8조2000억원이나 늘었지만 부족한 재원을 국민주택 채권 발행이나 주택청약저축 예수금 등으로 보전하는 실정이다. 감사원은 “주택도시기금 가운데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은 보증 실적이 2016년 5조8000억원에서 2020년 63조8000억원으로 11배로 증가하면서 보증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한편 농어업재해기금과 농업직불기금, 중소벤처기금, 소상공인기금 등은 각종 선심성 사업 등으로 인해 기금 재정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채무 비율 증가율 2배 이상 높아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2020~2024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의 연평균 증가율(12.2%)이 최근 5년간(2015~2019년) 연평균 증가율(5.1%)보다 두 배 이상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감사원은 2024년 국가채무 비율을 58.6%로 예측했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작년 9월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발표한 2024년 국가채무 비율 전망치 58.3%보다 높은 것이다. 하지만 기재부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추경 편성으로 올해 국가채무 비율 운용 계획을 기존 예상치보다 0.9%포인트 높인 만큼 실제 2024년 국가채무 비율은 감사원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 정부는 각종 복지 지출과 ‘한국판 뉴딜’ 등 다음 정부에서 지출해야 할 항목까지 미리 무더기로 정해 놓았기 때문에 차기 정부의 재정 상황이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