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서울대 1학년생 최모(20)씨는 ‘2학기 대면 수업’ 소식을 접한 이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올해 입학한 ‘코로나 학번’인 그는 올해 내내 집에서 노트북으로 ‘비대면 수업’을 들었다. 최씨는 “집에서 학교까지 가려면 버스와 지하철 두 번 환승에, 왕복 4시간이 걸린다”며 “만약 기숙사에 못 들어가면 자취방을 구해야 하는데 매달 월세 50만원 정도를 내야 하는 게 큰 부담”이라고 했다.
대학들이 오는 2학기부터 속속 대면 수업 준비에 나서는 가운데, 학생들 사이에선 오히려 “비대면 수업이 더 좋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 확산 1년 반 만에 학생들이 ‘비대면 강의’파로 돌아선 것이다. 연세대 총학생회가 지난달 발표한 ‘2학기 강의 방식 선호도’ 조사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7명이 ‘비대면’을 택했다. 학부·대학원 재학생 2987명 가운데 42%가 ‘전면 비대면’을, 27%는 ‘비대면을 원칙으로 하되, 30인 이하 소규모 강의만 대면’을 택했다. ‘전면 대면’으로 하자는 응답은 31%뿐이었다.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이 꽤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줌(Zoom)과 같은 실시간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강의 녹화본을 전달하는데, 대면 강의와 달리 모르는 부분을 반복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교수와 소통이 더 원활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 4학년생 최모(22)씨는 “큰 강의실에서 혼자 손 들고 질문하는 건 민망한 일이지만, 비대면 수업에선 채팅창에 질문을 쓰면 되기 때문에 훨씬 부담이 없다”고 했다. 서울대가 작년 12월 ‘비대면 수업 만족도 조사’를 했더니, 64%가 ‘매우 만족’ 혹은 ‘만족’이라고 답했다. 작년 6월(42%)에 비해 22%포인트 오른 것이다. 고려대 1학년생 김지우(19)씨는 “코로나가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라 대면 수업을 한다 해도, 기대했던 고연전이나 MT, 동아리 같은 건 하기 어렵지 않으냐”며 “이러다 비대면 수업의 장점도 놓치고, 캠퍼스 낭만도 제대로 못 누릴까 걱정된다”고 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통학 시간’과 ‘월세’를 아낄 수 있다는 점이다.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은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구하는 대신 지방의 자택 등에 머무르며 화상 수업을 들어왔다. 서울대 2학년생 김준영(20)씨는 “1년 반 동안 대구 집에 머무르면서 월세·교통비 아낀 게 1000만원 정도는 될 것”이라며 “그 돈으로 책도 사고 저축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한양대 3학년생 김경찬(21)씨도 “수업에 가기 위해 매일 아침·저녁 ‘지옥철’을 타지 않으니 오히려 수업 집중이 더 잘됐던 것 같다”고 했다.
20대는 ‘코로나 백신’을 맞지 못한 세대라는 점도 작용한다. 연세대에 다니는 이수진(23)씨는 “환기가 잘 안 되는 강의실도 많은데, 좁은 공간에 백신 안 맞은 학생들이 수십명씩 모여 2~3시간씩 같이 앉아있는 게 위험하게 느껴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