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어준씨가 최근 소셜미디어에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분향소 방명록 문구를 패러디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구를 반복해 올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베'로 낙인찍고 “재벌 오너 아니었으면 해고감”이라고 맹비난했다.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김씨는 9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의 SNS가 최근 논란”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김씨는 “정용진 부회장이 본인 인스타그램에 우럭, 랍스터, 소고기 등 음식 사진에 ‘잘가라. 미안하다. 고맙다' 같은 표현을 반복해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 같은 표현이 과거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세월호 분향소 방명록에 적은 글귀를 패러디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세월호 분향소 방명록에 썼던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촛불 집회 한창이었던 2016년 분향소 방명록에 썼던 ‘아이들아 너희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웠다. 고맙다'. 이들 표현을 음식에다 패러디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방송인 김어준씨. /TBS

그러면서 “두 사람의 ‘미안하다. 고맙다'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촛불정신이 되어주어서 고맙다고 읽는 게 정상인데 일베는 당시에도 이 고맙다에 시비를 걸었다”며 “그들에게 세월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만든 단순 해상 교통사고였을 뿐”이라고 했다. 김씨는 “그래서 그들은 단식하는 유가족 면전에서 피자와 맥주를 단체로 먹는 폭식투쟁이라는 만행도 저질렀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용진 부회장의 SNS는 바로 그 인식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라며 “재벌이 일베를 하면 어떻게 되느냐, 그냥 일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재벌 오너가 아니라 신세계 음식부문 장(長) 정도였으면 해고됐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의 이같은 발언에는 정 회장에 대한 극성 친문(親文)의 불편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최근 정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식재료 사진과 함께 ‘미안하다. 고맙다'는 표현을 잇따라 올리자 친문 네티즌들은 “신세계를 불매해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설령 문 대통령을 패러디하는 의미에서 ‘미안하다, 고맙다'는 표현을 썼다고 해도 이를 곧바로 극우 성향 ‘일베’로 낙인찍는 것은 논리 비약이자 김씨 특유의 선동 수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방명록 글귀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은 비단 일부 극우 진영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7년 대선 때도 이 표현이 논란이 되자 박광온 당시 문재인 대선 캠프 대변인은 “희생된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 참 미안하고 정치인으로서 참 아프면서도 고맙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해명했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표현은 정 부회장이 최근 잇따라 사용하면서 4년 만에 다시 논란이 됐다. 일각에서 “패러디도 좋지만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오자 정 부회장은 8일 “우리 홍보실장이 오해받을 일 하지 말란다”며 ‘미안하다, 고맙다' 표현을 그만둘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