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세종시의 개발제한구역, 임야, 도로, 맹지 등을 골라 사들인 뒤 “단기간에 개발돼 몇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다단계 판매방식으로 투자자 수백여명을 모아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팔아넘긴 기획부동산 관계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이 적발한 업체는 사실상 운영진이 하나였으나 모두 12개 업체를 운영했다. 특히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제도권 금융사의 이름을 붙이는 수법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대장 송병일)는 2016년부터 최근까지 기획부동산 법인 12개를 설립해 지가 상승이 어려운 토지를 허위과장 광고로 속여 공유지분으로 판매한 일당 15명을 검거, 이 가운데 대표·부대표 등 임원진 4명을 사기와 방문판매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또 이들이 취득한 불법수익 242억원에 대해 처분하지 못하도록 기소 전 몰수 추징보전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규제 등으로 인해 땅주인들이 저가에 내놓은 매물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계약금(약 10%)만 지급하고 판매조직을 통해 매입가격의 3~6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지분분할 방식으로 판매하고 그 대금으로 잔금을 치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법인 이름에 ‘신한’ ‘우리’ ‘케이비’ 등 기성 금융사의 이름도 차용했다.
특히 이들은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토지를 되파는 방식을 써 온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 임원 등이 전국을 돌며 주변보다 싼 땅을 매입한 뒤 “주변의 호재가 있어 반드시 가격이 상승하고 투자금의 몇배를 회수할 수 있다”며 모집한 판매원들을 교육했다. 판매원들은 직접 땅을 사거나 소개하고 매출의 10% 등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지분분할 방식의 판매로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의 임야(약 138만㎡)는 2018년에는 개인 소유였으나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개입해 현재 무려 4800명이 지분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땅은 그린벨트에 맹지여서 투자 가치가 없으나, 기획부동산은 “주변에 판교 테크노밸리가 있고 도로가 있어 규제를 풀지 않을 수 없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 운영자가 같은 이들 기획부동산에 속아 토지를 구입했다고 피해 신고가 된 필지만 42개, 축구장 60개에 이르는 약 40만㎡에 이른다”며 “국토교통부 신고내역에 따르면 판매한 필지는 전국 515개, 거래회수 5761회, 판매액 1300억원 상당으로 확인돼 피해 구매자가 1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기획부동산의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토지의 지번을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 현장을 방문하고, 현지 공인중개사에게 문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개발 제한 사유가 없는지 토지이용확인원을 사전에 검토하고 등기부등본을 통해 이전 매입가격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