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일부 대선주자들이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성계가 “혐오정치를 규탄한다”며 시위에 나섰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세연)은 9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여가부가 폐지돼야 한다면 여가부가 없어도 될 정도로 평등한 세상일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대표는 “대법원의 ‘2020 범죄분석’에 따르면 강력범죄 중 강도, 살인, 방화 발생률은 지난 10년 동안 줄었지만, 성범죄만 증가했다”며 “재난 시기에 컨트롤 타워 자체를 없애자는 꼴”이라고 했다.
신유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정치인들의 표몰이에 여성이, 여성혐오가 또다시 이용되고 있다”며 “지금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변명의 여지없이 남성 정치인들이 권력을 얻기 위해 여성을 이용하고 짓밟고 있다는 사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효진 여세연 활동가 또한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해 여가부를 없애야 한다는 논리라면 부동산 과열을 막지 못하는 국토교통부도 해체해야 하고, 후진적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를 줄이지 못하는 고용노동부도 해체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앞서 여가부 폐지론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유 전 의원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인구 절반이 여성이고 정부 모든 부처가 여성 이슈와 관계가 있는데 여가부라는 별도 부처를 만들고 장관, 차관, 국장들을 둘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하 의원도 “여가부가 김대중 정부에서 만들어졌을 때와 다르게, 문재인 정부 들어 남녀평등이나 화합 쪽으로 가기보다 오히려 젠더 갈등을 부추겨왔다”고 발언했다. 같은당 이준석 대표는 “대선 후보 되실 분은 (여가부) 폐지 공약을 되도록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