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기숙사에서 개최된 청소노동자 회의 모습 /서울대

서울대가 12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의 지난달 회의 사진을 공개했다. 민노총은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소노동자 이모(여·59)씨가 ‘회의시 정장 착용을 강요'하는 등 안전관리팀장의 갑질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당시 상황이 담긴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민노총은 “고인이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팀장 A씨 등 서울대로부터 부당한 갑질과 군대식 업무 지시, 힘든 노동 강도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그 근거로는 A씨가 카카오톡을 통해 공지사항을 전파한 캡처 화면을 첨부하며 ‘청소 노동자 근무 기강을 잡는다는 핑계로 회의 참석 복장으로 기강 잡으며 군대식 인사관리 시행하는 서울대'라는 제목을 붙였다.

해당 대화에는 A씨가 ‘남성 직원 선생님은 정장 또는 남방에 멋진 구두를 신고 가장 멋진 모습으로 참석하시면 됩니다' ‘여성 직원 선생님은 회의 자리에 맞게 최대한 멋진 모습으로 참석해 주시면 됩니다'라고 공지한 내용이 적혀 있다.

지난달 9일 회의를 앞두고 안전관리팀장 A씨가 공지한 내용. '드레스코드'와 함께 구글 설문지 링크를 보내 '위 주소를 클릭해서 음료를 선택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서울대

이에 대해 노조는 “평상시 청소 업무가 주 업무이자 출퇴근을 편한 복장으로 하는 청소 노동자들에게 회의 참석 시 격식을 갖추는 복장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모든 청소 노동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서울대 측은 “회의에 정장을 입고 오라고 한 것은 퇴근복을 입고 오라는 의미였지 ‘갑질’의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서울대 기숙사 관계자가 제공한 지난달 9일 회의 사진을 보면 참석자들은 단정한 옷차림을 하긴 했지만, 등산복이나 바람막이 조끼를 입고 오기도 하는 등 정장을 갖추지 않은 참석자도 있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지난달 16일 열린 회의 당시 사진에도 정장을 입은 참석자는 없었다. 이날 회의를 앞두고 A씨는 “회의 종료 후 바로 퇴근할 수 있게 준비해 달라”며 ‘준비물'에 ‘퇴근복장’이라 적었다. 이씨는 여기에 ‘퇴근 복장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사진과 대화 등을 토대로 보면, 청소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퇴근 복장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지난달 1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기숙사에서 개최된 청소노동자 회의 모습 /서울대
정치논쟁으로 번지는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 민노총 등이 '갑질 관리자'라고 지목한 서울대 안전관리팀장과 숨진 청소노동자 이씨가 지난달 나눈 카톡 대화. '수첩·볼펜 등을 지참하고 퇴근 복장으로 업무회의에 참석하라'고 요청한 팀장에게 이씨가 '퇴근 복장 감사합니다'라고 답한 내용이다. /서울대

A씨는 ‘드레스 코드'를 공지한 날 청소노동자들에게 “마시고 싶은 음료를 직접 골라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서울대 기숙사 관계자는 “A씨는 청소노동자들에게 5000원짜리 식권을 지급하는 대신 사비로 삼계탕을 쏘기도 했다”며 “회의에 정장을 입고 오라고 한 것은 퇴근복을 입고 오라는 의미였지 ‘갑질'의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