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특급호텔이 손님에게 제공한 일회용 칫솔에 음식물 찌꺼기가 묻어있는 등 사용 흔적이 발견돼 관할 구청이 조사에 나섰다.
3일 조선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30일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한 유명 호텔에서 투숙하던 A씨가 “1회용 칫솔이 이상하다”며 호텔 측에 항의했다. A씨가 호텔측에 들이민 칫솔은 솔 부분에 하얀 치약 흔적과 함께 고기 찌꺼기로 추정되는 물체가 붙어 있었다. 호텔은 ‘룸 업그레이드’를 제안했지만 A씨는 이를 거부하고 “새로운 칫솔치약세트만 주면 된다”고 했다. 호텔은 즉시 진상 파악에 나섰다.
이 호텔의 일회용 칫솔치약세트는 호텔명이 인쇄된 종이 상자 안에 비닐 포장재에 씌워진 칫솔과 치약이 들어있다. 칫솔은 중국산, 치약은 국내 유명 생활용품기업 제품이다. 국내 주요 유명 호텔에 일회용품을 공급하는 B사가 일괄 구매 후 묶음 포장해 납품한다.
B사 대표는 2일 조선닷컴 취재에 “납품 과정에서 검수를 다 하기 때문에 사용된 칫솔이 공급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상자 안에 들어있던 비닐 포장재는 올해 2월 이전에 쓰던 제품”이라고 했다. B사는 지난 2월부터 비닐 포장재에 손으로도 비닐을 쉽게 찢을 수 있는 ‘이지컷(Easy-cut)’ 방식을 적용했는데, A씨가 제시한 칫솔 포장재에는 이지컷 기능이 없다는 것.
B사 대표는 “매달 호텔로 물량을 공급을 해왔기에 이지컷 기능이 없는 세트는 이미 다 사용되고 없어야 하는 게 정상”이라며 “이 호텔로 칫솔치약세트를 월 2000개 남짓 공급한다. 세트는 개당 200원 정도다. 월 거래액으로 따지면 고작 40만 원인데 사업하는 사람이 40만 원 때문에 재사용 칫솔을 공급하진 않는다”고 했다.
호텔업계는 미사용된 일회용품의 재사용이 원인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해까지 호텔에서 근무했던 한 업계 인사는 “하우스 키퍼가 투숙객이 퇴실한 방을 치우는 과정에서 사용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일회용품은 그대로 두거나 수거해 재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누군가가 칫솔치약세트를 사용한 뒤 상자에 다시 넣어둬 이를 치우던 하우스 키퍼가 미사용품으로 판단해 수거한 뒤 재사용하다가 발생한 일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호텔 측은 “샴푸나 비누 등 무조건 제공하는 제품은 손님이 밀봉을 뜯지 않고 그대로 둔 경우 소독 후 다시 비치하지만, 칫솔치약세트는 손님이 요청할 때만 제공하는 제품이어서, 체크 아웃 시 무조건 수거해 폐기 처분한다”고 했다.
해운대구청은 A씨가 이번 사건에 대한 민원을 접수함에 따라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