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건국대학교 학생들의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짜장면 한 그릇 기프티콘 구해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잉크가 아직 많이 남은 볼펜 3자루와 컴퓨터용 사인펜 1개, 5000원짜리 공책 1권, 고품질 A4 복사용지 100매 등의 사진을 찍어 올리고는 “다 드릴 테니 중국집 짜장면 한 그릇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해되지 않는 거래라며 부정적인 댓글이 달리자 A씨는 “내일이 생일이라 친구들에게 짜장면과 탕수육을 사기로 했는데 돈이 없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이유를 알게 된 학우들의 도움이 이어졌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개설됐고, 물품으로 바꿀 수 있는 기프티콘을 선물하거나 장학 프로그램 신청 방법을 알려줬다. 생일 축하한다는 응원 메시지도 이어졌다. 이내 A씨는 오픈채팅방을 나갔고, 올린 글까지 삭제했다.
다음 날 A씨는 “계속 선물이 오길래 부담스러워 채팅방을 나가고 글도 삭제했다”며 에브리타임에 장문의 글을 게재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정말 최고의 선물이었다. 제게 힘을 주셔서 정말 고맙다. 평생 잊지 않겠다”며 허름한 방바닥에 짜장면 2그릇과 탕수육, 생일케이크가 놓인 사진도 공개했다. A씨는 “친구들이 케이크 사준다고 자기들은 중국음식 먹고 싶다고 했었다”며 “사실 기초생활수급자라는 거 안 밝히려고 했었다. 학교 다닐 때 밝히면 다른 친구들이 욕하거나, 편의점 사장님한테 ‘세금도둑’이라는 말도 들어봤기에 개인적으로 걱정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어제 사람들한테 응원받아보니 좋은 사람들도 정말 많구나, 싶어 자신감이 생겼다”며 “어릴 때는 집이 가난한 게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지만 세상이란 걸 알고 나니 욕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숨기고 살아왔다”고 털어놨다. A씨는 “세상 눈치만 보며 점차 저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았는데 어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며 “어제만큼 사람들의 따뜻함을 경험해본 건 처음이어서 ‘제 편도 정말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좋은 사람 많다는 것 깨닫고 잘 살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글에 감동한 건대생들은 “앞으로 9월 2일은 건국 짜장의 날이다. 건국인들이 하나 되어 따뜻한 마음을 공유하는 날로 삼자”는 글을 올리며 A씨에게 ‘짜장좌’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1년이 흐른 지난 2일 A씨는 새로운 글을 올렸다. A씨는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작년 오늘의 기억이 생생하고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보잘것없는 제게 과분한 응원을 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선배들이 여러 장학재단, 후원재단을 추천해줘 생활비 지원을 받았으며 마스크, 식료품, 선풍기 등 물품 지원도 받았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지만 따뜻함을 베풀어준 분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아동·청소년지원 비정부기구(NGO)에 결식아동 후원금 10만원을 후원한 사실을 공개했다.
A씨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저도 초등학생 때부터 결식아동 급식을 이용했기에 선배들 덕에 받게 된 지원금을 아껴 결식아동을 후원했다. 저 스스로 경제활동을 해서 가난을 벗어난 뒤에 당당히 나서고 싶다”고 다짐을 전했다. A씨는 현재 건국대 2학년에 재학 중인 남학생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