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새벽, 특혜 의혹이 일고있는 경기 성남시 대장동 아파트 단지 인근에 ‘천당 위에 분당, 분당 위에 안남. 안녕하세요 안남시 소장동입니다’ ‘안남을 제2의 분당으로! 안남시 소장동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게시됐다. 대학생 단체 ‘신전대협’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두고, 성남시를 영화 ‘아수라’에 등장한 가상 도시 ‘안남시’에 빗댄 풍자 현수막이다.
해당 영화에 등장하는 박성배 안남시장은 부패한 정치인으로 ‘안남 메트로폴리스’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개발해 이익을 손에 쥐려는 인물이다. 이 단체는 현수막을 게시하며 “이재명 지사는 현실판 박성배 안남시장”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대장동 개발 당시 민간 개발사 ‘화천대유’에 특혜가 제공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와 비슷한 내용의 2016년 개봉작 영화 ‘아수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전대협은 현수막 게시에 이어 5일 오후 2시 경기도청 입구에서 대장동 특혜 비리를 풍자·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은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김태일 신전대협 의장의 1인 시위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 의장은 “‘아수라’ 감독이 미리 알고 있었다고 할 정도로 영화와 똑같은 일이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다”며 “이 지사를 중심으로 한 거대 비리 세력이 성남시와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접수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신전대협은 경기도청 입구에 설치된 조형물과 같은 크기의 풍자 간판을 전시하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조형물의 크기와 모양을 그대로 본떠 만든 간판에는 본래 문구인 ‘모두가 잘 사는 경제정책. 지역화폐형 기본소득.’ ‘내일의 희망이 옵니다. 경기돕니다’ ‘경기도는 이제 지역화폐 결제 중’ 등 대신 ‘한 방에 해먹는 개발정책. 화천대유형 정치자금.’ ‘박성배 지사님 힘내세요!’ ‘경기도는 이재명실상부 접수’ 등이 적혔다.
김 의장은 이어지는 성명문 낭독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은 민간기업에 배당 수익만 4040억을 안겨준 건국 이래 최대 게이트”라며 “특검 수사만이 진실을 밝혀 살아있는 권력의 잘못과 치부를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 3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재명 지사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하기도 했다. 고발장에는 이 지사가 화천대유로부터 소송 시 변호사비를 대납받았다는 의혹에 관한 수사 의뢰도 포함됐다. 김 의장은 “이 지사의 화려한 변호인단은 개인의 돈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이 지사와 화천대유 사이의 연결고리를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