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 회복(위드코로나) 시행으로 방역 조치가 완화됨에 따라 ‘회식 부활’의 조짐이 보이면서, 회식 참여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 점차 불거지고 있다. 회식을 ‘업무의 연장’이라고 보는 기성세대와 ‘의무 아닌 선택’으로 간주하는 MZ 세대가 부딪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회식에 불참한 한 신입 직원의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회식 참석’을 전제로 근무 시간을 단축해 퇴근 시간을 앞당겼는데, 회식에 참석하지 않고 일찍 퇴근하겠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5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서는 ‘우리 부서 난리 났다, 내가 꼰대인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A씨는 자신을 대리 직급이라고 소개했다. 두어 달 전 그가 일하는 회사 부서에 B(20)씨가 입사, 부서원은 총 10명이 됐다고 한다.
A씨는 “원래 사람이 새로 들어오면 환영회 겸 회식을 하는데, 그간 코로나로 눈치 보며 열지 못했다가, 위드코로나 들어서서 B씨를 위한 회식을 준비했다”라고 했다. 회식 소식을 들은 신입직원 B씨는 “대리님, 오늘 회식이면 빨리 마치나요?”라고 A씨에게 물었다. “정상근무는 8시까지인데, 5시까지만 일하다가 회식 갈 거에요”라고 답했다.
다음날 A씨는 회사 근처 고기집에 전화를 걸었다. 부서원 수에 따라 10명 자리를 예약했다고 한다. 이 때 예약 전화를 듣고 있던 신입 B씨가 입을 열었다. “대리님, 왜 10명이에요? 저는 안 갈 건데요? 오늘 빨리 마친다고 해서 친구랑 약속 잡았는데요.” A씨에 따르면, B씨는 이 외에도 “전부 다 (회식에) 참석을 해요?” “요즘 시대에 회식을 전부 다 왜 해요” “가고 싶은 사람만 가면 되잖아요?”라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한 임원급 직원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는 “신입이 새로 와서 회식을 하는 거다. 주인공이 안 간다고 하면 되겠냐”라고 했다. B씨는 여기에도 “저한테 참석하겠느냐고 묻지 않았잖나. 회식 가기 싫다”라고 대꾸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임원급 직원은 “회식을 가지 않는다면 8시까지 일하다가 가라”라고 했다. B씨는 “다른 사람들은 근무시간에 술 먹고 노는 것 아닌가요? 제가 남아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요”라고 맞섰다고 한다. 임원은 퇴근 시간을 당겨 회식을 잡은 것은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서 그렇다”라고 설명했고, 신입 B씨는 “회식은 불편해서 싫은 거고 저는 오늘 저녁 약속을 잡았습니다”라고 답했다.
◆ “당연하게 모두 회식 참석한다고 생각하면 오산” vs “동아리도 아닌데, 태도가 더 문제”
A씨는 이후에도 신입 B씨가 “회식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퇴근하고 하는 것이다. 근무 시간에 잡힌 회식이라도 가기 싫은 사람은 당연히 퇴근할 수 있다”라는 취지로 자신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꼰대’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회식을 준비한)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 같은데 답이 없다”라며 “신입직원 없는 신입직원 환영회가 될 판”이라고 하며 조언을 구했다. 그러면서 “동아리도 아니고 회사다. 다들 함께 잘 일해보자는 취지로 근무시간에 회식하는 건데 참석하라고 신입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라고 했다.
네티즌 반응은 ‘친(親)회식파’와 ‘반(反)회식파’로 갈렸다. A씨의 입장에 동조하는 이들은 “근무 시간에 잡힌 회식은 안 가면서 근무도 안 하겠다는 건 어떤 심보인지 모르겠다” “요즘 들어 마음에 안 들면 다 ‘꼰대’라고 치부한다” “답 없다, 신경 안 쓰는 것도 방법” “MZ세대가 다 이런 것 아니니까 오해 말라”라고 했다. 신입 B씨를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신입에 따로 물어보지 않고 당연하게 참여한다고 생각한 것은 조심해야 할 문제” “글만 봤을 때는 당일 통보한 거 같은데, 그럴 수도 있다”라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