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사진을 음란하게 합성해 소셜미디어에 유포한 남학생의 부모가 피해 여학생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했다. 남학생의 아버지는 “한순간에 성범죄자로 낙인 찍힌 아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A(17)양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조사를 받게 된 사연이 공개됐다.
◇음란 사진 피해, 그냥 잊으라며 위로하던 친구
지난해 중학교 3학년이던 A양은 해외 소셜미디어 사이트에 자신의 사진을 도용한 음란 계정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의 사진에 정액 사진을 합성하거나 남성 주요 부위를 합성해서 올리는 식이었다. A양은 초·중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 7명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고, 단체 채팅방에서 친구들은 범인을 찾는데 도움을 줬다. A양은 그런 친구들에게 의지했다.
A양이 당한 성범죄를 알게 된 부모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몇 달간의 추적 끝에 올해 초 범인이 잡혔다. 가해자는 A양의 절친이 모인 단체 채팅방 멤버 B군이었다. 그는 다들 범인을 잡으려고 할 때 A양에게 “어차피 외국 사이트라 (범인을) 못 잡을 테니 그냥 잊고 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A양은 “나중에 메시지로 ‘장난으로 그랬다’고 하면서 사과했다”며 “되게 충격적이었다. 걔가 한 의도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
◇”같은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아이의 미래 생각해줬다”
B군의 부모는 집에 몇 번을 찾아와 무릎을 꿇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한다. 결국 A양의 부모는 합의 후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작성했다. B군은 지난 6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죄는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연령이나 환경 등을 참작해 검사가 다시 한번 성실한 삶의 기회를 주기 위해 기소하지 않은 것이다. A양 어머니는 “B군도 아이다 보니까, 인생 망치면 안 되니까. 저희는 그런 부분도 생각했다”며 “퇴학은 아니고 전학 보내기로 하고, 합의하면 모든 게 끝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3개월 뒤 B군의 부모는 A양을 포함한 단체채팅방 친구 6명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했다.
◇”똑같은 범죄 지었으니 벌 받아라”
B군의 아버지는 제작진과의 만남에서 “3월 11일 경찰서에서 (가해자임을) 확인하고 나흘 뒤 저녁부터 애들한테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범죄자 박멸하러 가자’, ‘여기 성범죄자 구경하세요’ 등의 내용이었다. B군 아버지는 “학교 내에서 전부 다 (아들을) 성범죄자로 낙인 찍어버렸다. 지금 17살인데 얘는 죽을 때까지 성범죄자”라며 “그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아버지가 B군을 학교로 데리러 갔던 날 “교실 앞 복도에 애들이 꽉 차있었고 계단 내려가는 데까지 웅성웅성하는데 별 얘기들을 다 했다. 건물 나와서 (학교) 정문까지 가는데 창문이 열리더니 소리소리 지르더라”라고 했다. 이어 “자기들은 아무 죄의식 없이 장난이었던 거다. 애가 지금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라며 “어디에 글을 쓰든 누군가는 너희가 얘기하는 걸 캡처하고 있다. 조심하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라고 신고 이유를 설명했다.
피해자인 A양을 신고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말 무릎 꿇고 사과하고 싶었다”면서도 “그런데 얘기만 안 해줬어도…”라며 B군의 범죄 사실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아들이 사진을 보낸 건 앞에 ‘성’이 붙은 장난이었다 치면 얘네들도 지금 장난을 치고 있는 거다. 똑같은 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아라 이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도 학교 친구들에게 당할 만큼 당했고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병원도 다녔다. 똑같다”고 덧붙였다.
B군의 아버지는 ‘A양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고통을 받았고, B군은 자기가 한 잘못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기준을 뭐로 보느냐다. 어차피 내 새끼니까 내 새끼 기준으로 보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교육청 관계자 “보복성 있는 신고 많아…심각하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사건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학교폭력위원회 측도 곤혹스럽다고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은 어디까지나 피해자를 우선으로 생각하는데, 어찌 됐던 간에 피해를 호소하면서 저희에게 심의를 요청했으니…저도 사실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선에서 사건을 다루다 보면 가해자 부모가 다시 피해자를 신고하는 일이 꽤 많다고 했다. 그는 “보복성 있는 사건들이 많이 있다. 아주 심각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