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군에서 학대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양이. /목포고양이보호연합 페이스북

전남 완도군에서 생후 3개월 새끼 길고양이 얼굴을 토치로 지진 것으로 추정되는 학대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고양이를 돌보던 제보자는 “사람이 부르면 달려올 정도로 착했던 아이가 현재는 두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볼 수 없다”고 전했다.

16일 목포고양이보호연합과 완도경찰서 등에 따르면 학대당한 고양이는 지난 12일 오전 8시쯤 완도군 완도읍 한 밭에서 평소 밥을 주며 돌보던 주민 A씨에게 발견됐다. 당시 고양이는 얼굴 전면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상태로 신음하고 있었다고 한다.

고양이는 완도군 내 동물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목포 소재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재도 치료를 받고 있지만 양쪽 안검과 코 부위가 녹아내림에 따라 실명 위험이 크고 안면 역시 재생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측은 ‘고양이를 잡아 토치로 얼굴 전면에 불을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고양이의 얼굴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 있다. 안면 전체와 양쪽 귀가 불에 그슬려 새카맣고 두 눈과 코 부위는 살이 모두 까진 채 피고름이 맺혀 있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인 고양이. /뉴시스

A씨는 이번처럼 토치를 이용한 끔찍한 학대 사건이 지난해 겨울에도 발생한 적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목포고양이보호연합에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당시 학대당한 고양이 역시 두 귀와 등 피부에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이후 A씨가 6개월 동안 병원을 오가며 치료한 덕에 건강을 되찾았지만 귀 끝부분은 소실된 채 지내고 있다.

목포고양이보호연합은 “이번에 화상 입은 아이는 지난해 학대당한 아이의 자매가 3개월 전 낳은 새끼”라며 “평소 사람 손을 타던 아이로 부르면 달려올 정도로 친근한 아이였다고 한다. 병원에서도 두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사람이 쓰다듬으면 온순해지는 모습을 보여 가슴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목포고양이보호연합을 통해 “평소 예뻐하던 아이의 상황에 충격과 분노를 느껴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이런 잔인한 학대에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학대자를 꼭 잡아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 혐의가 있다고 보고 발견 현장 주변 CCTV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면 의료기관 진단 내용 등을 토대로 누군가 고의로 상처를 입혔는지 여부 등을 면밀히 수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