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린 18일 오전 8시. 입실시간 10분을 앞두고 한 여고생이 부산의 한 시험장 정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수능 시험 때 필요한 아날로그 손목시계를 깜빡한 것이다.
이때 한 중년 남성이 나타나 자신이 차고 있던 아날로그 시계를 여고생에게 건넸다. 여고생은 “감사하다”며 연락처를 물었고, 중년 남성은 명함 하나를 손에 쥐어줬다. 명함의 주인은 박재범 부산남구청장이었다.
부산남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이날 오전 부산교육청 23지구 제11시험장인 용호동 분포고등학교를 찾아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이때 박 구청장 눈에 띈 수험생이 있었다. 예문여고 3학년인 A양이었다. A양은 응원차 분포고에 방문한 교사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당황해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정을 들어보니 A양은 깜빡하고 손목시계를 놓고 온 사실을 정문에서 알게됐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현장에 있던 예문여고 교사들 중에서는 아날로그 손목시계를 찬 사람이 없었다. 마침 아날로그 손목시계를 차고 있던 박 구청장이 바로 시계를 벗어 빠르게 A양에게 건넸다.
A양은 처음에 박 구청장인지 모르고 “어떻게 전달해드릴까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박 구청장은 자신의 명함을 주며 “신경 쓰지 말고 시험 대박나라”고 말한 뒤 A양을 시험장으로 들여보냈다고 한다. 남구청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박 구청장에게 왜 시계를 줬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줘야지. 누구였어도 그 학생에게 줬을 것’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