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층간 소음 갈등으로 40대 남성이 이웃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현장에서 가해자에게 무기를 빼앗겼다는 주장이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졌다. 경찰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18일 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자신을 피해자 딸의 친구라고 밝힌 글쓴이 A씨가 헌혈증 기부를 요청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친구 어머니가 크게 다치셨는데 긴급 수술은 잘 됐지만 의식은 없으시다”며 “뇌경색까지 와서 재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헌혈증 한 장이라도 괜찮으니 도움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헌혈증이 있으면 수술할 때 혹시라도 혈액이 부족했을 때 도움된다고 들었던 것 같다는 이유였다.
이 글에는 “남경은 남편이랑 1층에서 진술조사 하고 있고 여경은 집에서 딸이랑 아내 진술조사 하는데 가해자가 칼 들고 집에 들어왔는데 여경이 시민 놔두고 도망친 사건이냐”고 묻는 댓글이 달렸다. A씨는 “맞다”며 “전기 그것도 4층 아저씨(가해자)에게 뺏겼다. 정말 속상하다”고 답했다. 이어 “도대체 경찰이란 사람이 상대한테 무기를 뺏기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심지어 창문 있는 빌라여서 3층이라 무전을 치든 소리를 지르든 방법이 있었는데 지원 요청하러 내려갔다는 게 참…”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글은 각종 소셜미디어 등으로 퍼져 나갔고 ‘전기’, ‘무기’ 등의 말을 미루어 여경이 테이저건을 가해자에게 뺏긴 것으로 추측됐다.
인천경찰청장이 “시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소극적이고 미흡한 사건 대응에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테이저건을 뺏겼다’는 새로운 내용이 알려지며 현장 출동 경찰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이에 인천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은 19일 “최근 온라인상에 올라온 ‘도망간 여경 칼부림 가해자에게 테이저건도 빼앗겼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니만큼 시민 여러분의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도 “온라인 글을 확인한 결과 다른 부분은 개인의 의견이지만 무기 부분에 관해서는 확실히 사실이 아니기에 공지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인천경찰청 논현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A 경위와 B 순경은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 4층 주민 C(48)씨가 소란을 피운다는 3층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A 경위는 당시 빌라 밖에서 신고자인 남편 D씨와 함께 있었고, B 순경은 3층에서 D씨의 아내와 딸과 함께 있었다. 이때 C씨가 3층으로 내려가 흉기를 휘두르자 B 순경은 지원 요청을 이유로 현장을 이탈해 1층으로 내려간 것으로 파악했다. D씨는 비명을 듣고 3층으로 올라갔지만 A 경위와 B 순경은 건물 밖에 머물다가 뒤늦게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경찰관은 당시 빌라 공동현관문이 열리지 않아 다른 주민이 비밀번호를 입력해 문을 열어준 뒤 3층으로 올라갔다. D씨의 아내는 C씨의 범행으로 목 부위를 흉기에 찔려 18일 오후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17일 경찰에 구속됐다.
피해 가족은 A 경위와 B 순경이 범행 현장을 벗어나거나 신속히 후속 대처를 하지 못한 탓에 피해가 커졌다며 경찰 대응에 문제를 제기했다. 인천경찰청은 두 사람을 대기발령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