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맘카페에 올라온 B마트 구매 인증 글/A맘카페

이달 말 폐업을 앞둔 한 중형마트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한 지역 맘카페에는 “플렉스(Flex) 했다”, “저도 동참했다” 등의 구매 인증샷이 이어졌다. 그 게시글 밑에는 ‘돈쭐’(돈으로 혼쭐)내러 가겠다는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도대체 이 마트에는 무슨 사연이 있던 걸까.

지난 24일 A맘카페에는 ‘폐업을 앞둔 마트 사장님을 위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B마트를 운영하던 부부의 아내가 몇 달 전 유방암 판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마트를 이달 말까지 운영한다는 내용이었다.

작성자는 “사정이 너무 마음 아프다”고 운을 뗀 뒤 “남편분께서 생업으로 계속 운영하려 했지만 집에 혼자 남아 있는 초등학생 자녀가 정서적으로 문제가 커져 아이부터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아무 계획 없이 폐업하신다고 한다”며 사연을 전했다. 이어 “지금 남편분의 소원은 폐업 전까지 반품 불가 상품들을 비롯해 가게 내 물품들을 가능한 한 많이 파는 것”이라고 알렸다.

돈쭐 내러온 고객들 덕분에 텅텅 빈 B마트 진열대/A맘카페 캡처.

A맘카페 운영진은 작성자의 글을 공지로 띄웠고, 이를 본 맘카페 회원들은 곧장 장을 보러 B마트로 향했다. 그리고 사연이 처음 올라온 24일부터 25일 밤 10시까지 A맘카페에는 B마트 쇼핑 인증샷 게시물이 약 60여개가 올라왔다. 또 ‘마트 재고 상황’도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돈쭐 내러 온 손님들 덕분에 진열대 텅텅 비어가고 있었다.

B마트에서 구매한 물품들을 보육원에 기부했다는 훈훈한 인증글도 올라왔다. A맘카페 회원 C씨는 이날 “마트에서 구입해 기부하자는 아이디어에 몇몇분들이 바로 연락을 주셨다. 조금 전 보육원에 물품 전달 드리고 왔다. 아이들이 35명 있고, 그중 유아가 10명이라고 하더라”는 글과 함께 B마트에서 산 물품과 62만원짜리 영수증 사진을 올렸다.

B마트 사장이자 남편 D씨는 이날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마트에 손님이 엄청나게 많이 오셨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경황이 없어서 전화 먼저 끊는다”며 짧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연을 본 네티즌들은 “사람 사는 세상답다”, “사람들 정이 있다. 보통 사람들이 이렇다. 돕고 살 수 있는 분들 많다”, “동네분들 실행력 정말 멋있다”, “아내분 꼭 암 이겨내서 다시 건강해지길 바랍니다”, “참 아름답다. 삶이란 이런 거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