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배우 김부선 씨가 지난 8월 25일 오후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5년전 모녀 살인 사건을 변론한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사과했다. 24일 페이스북에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이 사건 피고인은 이 후보 조카였다. 이 사건은 지난 7월 배우 김부선씨가 이 후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강용석 변호사가 이야기를 꺼내면서 처음 알려졌다.

이 후보는 ‘데이트폭력’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 사건은 2006년 4월 당시 언론에 ‘강동구 모녀 살인사건’으로 알려졌었다. 이 후보 조카 김모씨는 헤어진 여자친구가 살던 집을 찾아가 흉기로 전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각각 19번, 18번 찔러 살해했다. 전 여자친구의 부친은 칼을 피하려고 아파트 5층에서 뛰어내려 중상을 입었다. 이 후보는 이 사건 변호를 맡았으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2007년 2월 김씨는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조카 살인죄, 이재명 통해 듣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

지난 7월 7일 서울동부지법 민사16부 심리로 열린 김씨의 재판에서 강용석 변호사는 “이 후보의 조카가 살인죄를 저질러서 무기징역을 살고 있다는 (김씨의) 진술조서가 있다”며 “이 후보를 통해서 듣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조카의 살인 혐의에 관한 내용이 처음 대중에 공개된 순간이었다. 이 후보와 김씨가 연인 사이였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로 김씨의 ‘조카 살인죄’ 진술을 거론한 것이다.

김씨는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여러 차례 해당 사건에 관해 다음과 같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재명이 자기 큰누나 아들이 사람을 죽여 사형을 받았다고 내게 고백했을 때…(후략)” -7월 11일

“(조카) 범죄 사실은 박씨(이 후보 형수)가 말해준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김부선이 박씨에게 그 사건이 사실이냐고 물어봤습니다. 사실이라고 했고, 박씨는 오히려 조카는 사람을 1인 이상 죽였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가족 중 이재명의 형제자매들, 그들 자녀에게조차 범죄행위를 비밀로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7월 15일

“조카 살인 사건은 2007년 내 집에서 이재명과 교도소 인권에 관하여 대화하다 우연히 듣게 됐었지요. 10년 넘게 침묵하느라 많이 힘들고 무섭고 억울했습니다. 이 끔찍한 사연을 저는 이미 9년 전에 한 여성기자에게 말했어요. 그 기자는 2018년 여름 분당경찰서에 참고인으로 직접 자진 출석하여 진술하고 왔지요. 그럼에도 이재명은 최근까지 라디오 방송에 나가 한 번도 뵌적없는, 통화조차 한 번도 한 적 없는 형님께 들은 얘기라며…(후략)” -9월 16일

◇이재명 “김부선, 형님 부부로부터 사건 들은 것” “팩트도 달라”

이 후보는 지난 7월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씨의 발언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그건 저희 형님 부부가 그분을 여러 차례 접촉했다”며 김씨가 자신이 아닌 자기 형님 부부로부터 해당 사실을 들은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그분(김부선)이 말씀하신 내용이 제가 알고 있는 객관적인 팩트와 좀 다르다”고 했지만, 사건의 내용과 관련된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며 해당 사건이 ‘데이트폭력 중범죄’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이 후보는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