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중학교. 2학년 학생 중 코로나 확진자 1명이 나오자 긴급 회의가 열렸다. 같은 반 학생뿐 아니라 동일한 공간에서 체육 수업을 받고, 같은 학원에 다니는 등 다른 반에도 접촉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오전 긴급 회의에서 이 학교는 ‘2학년 전원 귀가’ 조치를 결정했다. 그리고 2주간 원격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급식으로 준비했던 소고기 곰탕, 만두, 요거트 등 430인분의 급식 재료는 모두 버려졌다.

내 차례는 언제 올까 -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의선 서강대역 인근 선별진료소에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로 긴 줄이 생겼다. 그 옆에 한 어린이가 기다림에 지친 듯 아예 휴대용 의자를 펴고 앉아 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날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7000명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연합뉴스

확진자와 상관없는 1, 3학년까지 여파를 받았다. 2학년생이 원격 수업을 받게 되면서 사흘 뒤인 6~8일에 예정됐던 전 학년의 기말고사 일정까지 연기한 것이다. 시험 대신 수업으로 긴급 대체됐지만 급식이 없어 학생들을 오후 1시에 모두 조기 귀가시켜야 했다. 교사 최모(53)씨는 “급식 재료는 일주일 전에 미리 주문해야 하는데 시험 기간이라 주문을 안 했다”면서 “자가 격리에 코로나 검사까지 겹쳐 출근 못 하는 교사도 많은데, 확진자가 한 명 나올 때마다 바꾸고 조정할 게 너무 많아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전국 초·중·고교가 전면 등교를 시행한 지 3주째. 곳곳에서 학생, 교직원 등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하며 학교와 가정에서 예기치 못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수업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학부모들도 갑자기 집에서 자가 격리를 하게 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면 등교 2주 차인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발생한 코로나 확진자는 학생 3850명, 교직원 309명 등 4200명에 달한다. 매일 전국 학교에서 600명 가까이 확진자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선 “학교에 보내도 걱정, 안 보내도 걱정”이란 말이 나온다. 코로나 감염도, 돌봄 공백도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가장 난감해하는 것은 맞벌이하는 학부모들이다. 특히 유치원생, 초등학교 저학년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걱정이 크다. 자녀가 어려 혼자 선별검사소도 못 가고, 자가 격리도 못 하기 때문에 부랴부랴 회사에 반차(半次)를 내고 달려가거나 급히 아이를 맡아 줄 친척·지인을 수소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확진자 나왔다는 학교 알림 메시지를 보면 가슴이 철렁한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2학년생 아들을 둔 A(42)씨는 지난달 아들과 같은 반 학생이 확진됐다는 연락을 받고, 여동생에게 급히 부탁해 아들의 하교를 부탁했다. 그는 “차마 선별검사소까지 같이 가달란 부탁은 못 하고 나도 급히 회사를 조퇴했다”며 “회사 눈치가 보였지만 아이가 코로나 때문에 불안해할 것 같아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서울에 사는 워킹맘인 조모(38)씨는 8세 딸과 3세 아들이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각각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 격리 대상자와 능동 감시 대상자로 분류되자, 두 자녀를 모두 강원도의 친척집으로 보냈다. 그는 “맞벌이라 애들을 집에서 돌볼 수 없는 데다, 직장이 병원이라 자가 격리자와 한집에 살면 출근을 할 수가 없다”며 “아이들이 불안해해 미안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한편 학원, 독서실 등 청소년 방역패스를 확대하겠다는 정부 지침에 대한 학부모·학생의 반발이 잇따르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8일 유튜브로 온라인 간담회를 열었다. 유 부총리는 “소아·청소년 접종에 적극 참여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지만, 생중계 영상 댓글 창에는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왜 강제하느냐” “아이들은 건드리지 마라” “너나 맞아라” 등 항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