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를 무시한 채 길을 건너던 한 여고생이 A씨 차에 부딪히는 장면.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신호를 무시한 채 무단횡단하던 여고생과 부딪힌 차주가 도리어 소송당할 위기에 처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고 직후 여고생이 사라져버린 탓에 자진신고까지 했지만 경찰 조사관이 ‘가해자 프레임’을 씌우며 조서를 쓰게 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사연을 전한 차주 A씨는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왜 무단횡단자가 큰 소리를 치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써 당시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5일 오전 8시 37분쯤 서울 금천구 시흥동 인근에서 발생한 사고로, 영상은 차를 몰던 A씨가 신호대기에 걸려 일시정지선 밖에 멈추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잠시 후 차량 주행 초록불이 들어왔고 A씨는 천천히 출발했다. 그 순간 버스가 멈춰있던 우측 정류장 쪽에서 한 여고생이 튀어나왔고 그대로 A씨 차와 부딪힌다. 이어 바닥에 주저앉았던 여고생은 곧장 일어났고 빠른 걸음으로 도로를 가로질러 골목 안으로 사라진다. 검은색 롱패딩 차림에 모자와 마스크를 써 얼굴 등은 보이지 않았다.

A씨는 “여고생은 당황한 기색 없이 유유히 사라지고 저는 당황한 상태로 경적을 울렸다. 2차 사고 우려로 일단 가던 길을 간 후 뺑소니로 문제 삼을까봐 경찰서에 자진신고 접수를 했다”며 “치료비 등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여고생의 부모님과 얘기했지만 ‘필요 없고 보험사랑 얘기할 테니 보험접수부터 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여고생 측이) 차가 무조건 가해자라는 걸 강조하며 협박조로 얘기하고 대인접수를 강요했다”며 “횡단보도 사고에 왜 내려서 조치를 취하지 않았냐고 하고 좌우를 살피지 않았다며 과실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민·형사 등 할 수 있는 걸 다 걸겠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일은 무릎, 손톱이 긁혔다고 하시던 분이 자식의 잘못 보다는 보험접수에만 급급한 모습이 상식적으로 이해 가지 않는다”며 “이번 건은 보험금을 받아 간다고 쳐도 앞으로 자식이 무단횡단하다 본인 생명은 물론 타인에게까지 피해줄 수 있음을 왜 가르치지 않는 걸까”라고 반문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경찰 측 대응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A씨는 “너무 억울하다. 신호 잘 지키고, 정지선 잘 지키고, 급히 출발하지도 않았는데 경찰에서는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한다”며 “경찰관이 ‘대인접수 해주고 할증 좀 벌어서 갚으시라’고 민사적 부분까지 관여하더라. 또 제가 피할 수 없었다, 불가항력이라고 했더니 ‘어떻게 증명 할 거냐’고 하더라. 본인은 피하실 수 있겠냐 물으니 다른 말로 돌리며 내가 가해자라고도 하더라. 상대측 대변인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튿날 A씨 측 보험담당자는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추가 글을 올려 자세한 상황을 공유했다. 그는 “(A씨의 신고 접수 후) 여고생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대인접수 하라’ ‘횡단보도 사고는 12대 중과실이다’ ‘민·형사 다 걸겠다’ 등의 말을 했다”며 “현업 교통사고 조사계 분들에게 의뢰한 결과 ‘뺑소니 아님’ ‘횡단보도 사고 아님’이라는 대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 조사관이 조서를 작성하면서 A씨에게 가해자 프레임을 씌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사관이 ‘출발 전 좌우를 확인했어야 했기에 A씨가 가해자다’ ‘사고 직후 문 열고 내려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 ‘대인접수를 안 해주는 것도 잘못이다’ ‘상대가 청소년이기 때문에 대인접수 해줘야 한다’ 등의 주장을 했다고 전했다.

보험담당자는 “조사관이 대인담당 전화번호를 달라며 직접 전달하겠다고 했다더라. 우리 측은 과실이 없다고 생각해서 안 해주는 건데 왜 조사관이 나서서 해주려고 했는지 모르겠다”며 “확인 결과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대인접수를 해주는 사례는 없다더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운전대를 잡았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한 죄를 뒤집어쓰고 가해자가 돼야 하는 현실에 매우 불쾌한 심정이다. 조사관이 왜 굳이 저렇게 여고생 측에서 열변을 토하는지 의구심이 들기에 ‘조사관 기피 신청 제도’와 ‘즉결심판 제도’를 활용할 것”이라며 “보험사 측도 무과실 사고로 판단했기 때문에 소송으로 맞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