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추모편지가 붙어있는 유기된 영아가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오산시 궐동의 한 의류 수거함(왼쪽), 이곳에 아기를 유기한 A씨. /뉴시스, YTN

자신이 출산한 갓난아기를 화장실에 방치해 숨지게 한 뒤 의류수거함에 버리고 달아난 20대 여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남편은 무에타이 체육관을 함께 다니고, 문신을 새기는 등의 모습에 아내의 임신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경기 오산경찰서는 31일 영아살해 등 혐의로 A(20대)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애초 경찰은 사체유기 혐의만 적용했으나 추가 조사를 통해 A씨가 출산한 아기를 수십 분간 방치해 숨지게 한 뒤 유기했다는 점을 파악해 영아살해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18일 오후 5시 20분쯤 오산시 궐동 노상의 한 의류수거함에 출산한 남자아이를 버리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이 아기는 이튿날 오후 11시 30분쯤 이 의류수거함에서 헌 옷을 수거하려던 한 남성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아기는 수건에 싸여 숨져 있었다.

경찰은 의류수거함 인근 CCTV 등을 분석한 끝에 지난 23일 오산시에 있는 A씨 집에서 그를 검거했다. A씨는 “남편의 친자가 아니라서 임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의류수거함에 버렸다”며 “남편이 거실에 있을 때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아기를 몰래 낳은 뒤 곧바로 유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남편은 지난 3월 별거하다가 두 달 전 다시 함께 살기 시작했다.

남편은 A씨의 임신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A씨가 아이를 버린 후 이틀 뒤 시신 발견 보도가 나온 날에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생활했기 때문이다. A씨 남편은 YTN에 “화상 자국이 있어서 그걸 가리기 위해 문신하러 갔었다. 아내가 일을 쉬는 상황이어서 구경도 시켜줄 겸 같이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친구에게 문신을 새겼다고 자랑하며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A씨 남편은 “평상시와 똑같은 표정으로 다니고 평상시대로 행동하니까 사람들이 전혀 애 낳고 온 사람이라고 생각을 못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출산 전에도 남편과 함께 무에타이 체육관을 함께 다녔다고 했다. 무에타이 체육관장 역시 “격한 운동이고, 다이어트 약도 먹고 계신다고 했다”며 “A씨의 임신을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유기된 아기의 친부가 누구인지와 사망 원인, 시점 등을 확인하기 위해 아기에 대한 유전자 검사와 부검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