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이 10만명이라고 홍보해 온 서울 강남의 유명 웨딩플래닝 회사가 지난 30일 갑작스럽게 문을 닫는 바람에 결혼을 준비하던 예비 부부 수백명이 피해를 입는 일이 생겼다. 이곳은 예비 부부들이 예식장이나 사진 스튜디오, 드레스 대여 업체 등을 이용할 수 있게 중개해주던 곳이다.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채팅방이나 커뮤니티 등에서는 피해자가 800명 안팎에 이르고, 1인당 최소 50만원부터 최대 500만원 안팎의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내년 3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김모(30)씨는 31일 오전 올 초부터 결혼 준비를 도와주던 웨딩 플래너로부터 “회사가 폐업해 진행 중인 결혼 관련 문의는 회사와 직접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이미 웨딩드레스를 빌리는 비용 등으로 351만원을 냈는데 계약한 업체와 연락이 안 되고 있다”고 했다. 이미 179만원을 지불했다는 예비 신부 이모(27)씨도 “드레스를 빌려주고 화장을 해주는 업체와 이미 만나 조율도 끝낸 상황인데 이 업체는 비용을 다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며 “원래 계획한 대로 결혼 준비를 하려면 내가 드레스 비용 77만원, 메이크업 비용 55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해 고민”이라고 했다.
몇 달 전부터 이 회사에서 일하는 웨딩 플래너들은 월급을 제때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고객이 줄어 경영난을 겪었다는 말이 나온다. 이날 오후 찾은 강남구 신사동 학동사거리 9층짜리 빌딩 지하 1층에 있는 이 업체 사무실엔 웨딩드레스 10여 벌만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예비 부부와 상담을 진행했을 테이블 40여 개와 웨딩 플래너들의 책상은 텅 빈 채였다. 빌딩 관리인은 “어제까지만 해도 직원 수십 명과 예비 부부들이 여럿 오갔는데 하루 새 문을 닫았다”며 “오늘 아침에만 폐업 소식을 듣고 찾아온 예비 부부가 10쌍이 넘는다”고 했다.
이 업체에서 일하던 한 직원은 “어제 회의에 대표가 오더니 폐업을 한다면서 전원 해고라고 했다”며 “웨딩 플래너들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폐업 사실도 일부 직원이 고객들에게 이날 오전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A사 고객들의 고소장이 여럿 접수돼 피해 규모와 내용을 파악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본지는 업체의 입장을 듣기 위해 대표와 회사 번호로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