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3시 46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화정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굉음과 함께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건물 아래에서는 불꽃이 일었고, 잠시 뒤 희뿌연 연기가 건물 전체를 뒤덮었다.
붕괴된 구조물은 공사 현장 옆 상가를 덮쳤다. 주변에 주차돼 있던 차량들도 박살 났다. 당시 상가 안에서 근무하고 있던 국경리씨는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트기가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콘크리트 파편들이)밀어 닥쳤다. 매장 앞에 있는 통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 났다. (외벽이 무너지는)10초 동안에 모든 사람이 밖으로 도망쳤다. 삼풍백화점 무너질 때 생각 나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국씨는 “그냥 저는 죽는구나 생각했다. 지진 아니면 앞 건물이 무너졌구나 생각했다. 밤새 잠도 못 잔 것 같다”며 “손님들이나 직원들이 못 빠져나가고 저도 매장 입구 가까운 쪽에 있었으면 죽었을 거다. 다행히 다들 많이 안 다쳤다”고 전했다.
현재 사고 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라고. 국씨는 “추가 붕괴 위험도 있고, 아직 떨어지지 않은 철근과 콘크리트가 매달려 있다”며 6명의 실종자 수색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국씨와 동네 주민들은 평소 공사 현장을 보면서 ‘이게 무너질 수도 있겠구나’라고 우려했다고 한다.
국씨는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상가 입구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땅이 내려앉고 지하주차장 벽에서 물이 쏟아졌다. 안전진단을 해 보니까 앞 건물에서 땅을 파는 과정에서 앞 건물이 흔들린 거다. 지반이 많이 내려앉았다. 육안으로 보면 5~10cm가 넘는다. 저희 상가에 대책위원회를 설치해 진짜 학동 참사 때보다 더 문제가 크다고 몇 번을 말했다”고 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우려에도 지자체나 시공사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아파트 외벽 콘크리트 타설 중 23∼38층 외부 측면이 붕괴됐다. 이 사고로 1명이 부상을 입었고,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업자 6명이 연락 두절돼 소재 파악 중이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에 대한 긴급 안전진단을 벌인 뒤 본격적인 수습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