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3시 46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화정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굉음과 함께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건물 아래에서는 불꽃이 일었고, 잠시 뒤 희뿌연 연기가 건물 전체를 뒤덮었다.

붕괴된 구조물은 공사 현장 옆 상가를 덮쳤다. 주변에 주차돼 있던 차량들도 박살 났다. 당시 상가 안에서 근무하고 있던 국경리씨는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트기가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콘크리트 파편들이)밀어 닥쳤다. 매장 앞에 있는 통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 났다. (외벽이 무너지는)10초 동안에 모든 사람이 밖으로 도망쳤다. 삼풍백화점 무너질 때 생각 나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유튜브 잡다한자동차

국씨는 “그냥 저는 죽는구나 생각했다. 지진 아니면 앞 건물이 무너졌구나 생각했다. 밤새 잠도 못 잔 것 같다”며 “손님들이나 직원들이 못 빠져나가고 저도 매장 입구 가까운 쪽에 있었으면 죽었을 거다. 다행히 다들 많이 안 다쳤다”고 전했다.

현재 사고 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라고. 국씨는 “추가 붕괴 위험도 있고, 아직 떨어지지 않은 철근과 콘크리트가 매달려 있다”며 6명의 실종자 수색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11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외벽 일부가 무너져내리는 사고가 나 붕괴물 잔해에 쓰러진 담장이 주변에 세워진 차량을 덮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씨와 동네 주민들은 평소 공사 현장을 보면서 ‘이게 무너질 수도 있겠구나’라고 우려했다고 한다.

국씨는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상가 입구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땅이 내려앉고 지하주차장 벽에서 물이 쏟아졌다. 안전진단을 해 보니까 앞 건물에서 땅을 파는 과정에서 앞 건물이 흔들린 거다. 지반이 많이 내려앉았다. 육안으로 보면 5~10cm가 넘는다. 저희 상가에 대책위원회를 설치해 진짜 학동 참사 때보다 더 문제가 크다고 몇 번을 말했다”고 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우려에도 지자체나 시공사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아파트 외벽 콘크리트 타설 중 23∼38층 외부 측면이 붕괴됐다. 이 사고로 1명이 부상을 입었고,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업자 6명이 연락 두절돼 소재 파악 중이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에 대한 긴급 안전진단을 벌인 뒤 본격적인 수습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