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최초 제기했던 이모(55)씨가 지난 11일 숨진 채로 발견된 것과 관련, 이씨가 심장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1차 부검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은 야당을 겨냥해 “타살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만큼, 고인 죽음을 이용한 흑색선전을 멈추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트위터에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허위 사실이자 가짜 뉴스”라고 반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관련자들이 잇달아 숨진 채 발견되는 것과 관련해 “특검 도입만이 해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당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도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은 13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이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소견을 공개했다. 경찰은 “이씨 사인이 대동맥 박리 및 파열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이 있었다”며 “사체 전반에서 특이 외상(外傷)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씨 발견 당시 현장에선 약 봉투도 발견됐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 치료를 받았는지 여부 등은 건강보험공사를 통해 확인 중”이라며 “향후 혈액, 조직, 약물, 독물 검사 등을 거쳐 명확한 사인을 규명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은 또 “당시 이씨는 (모텔) 객실 내에서 누워서 사망한 상태였고 외부 침입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이씨가 묵었던 모텔 내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지난 8일 오전 10시 45분쯤 이씨가 객실에 마지막으로 들어간 뒤 다른 출입자도 없었다고 했다.
한편, 이씨의 제보를 근거로 이재명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던 깨어있는시민연대당 이민구 대표는 이날 오후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 고발이 아니면 죽음에 이르지 않았다”며 “고인이 아니었다면 이 사건은 묻혔을 거고, 오늘 영안실에 계시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죽음에 이르게 한 ‘그분’에게 책임을 묻고 고인의 뜻을 따르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이재명의 ‘데스노트’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또 이 후보 관련 무고한 공익 제보자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 후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분들이 세 명이나 사망했다”며 “가히 연쇄 간접 살인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통령 후보는 “이 후보의 대장동 게이트를 비롯한 비리 의혹 규명에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분들이 살인멸구(殺人滅口·죽여서 입을 막는다)를 당하고 있다”며 “대장동, 백현동 등 탐욕의 현장마다, 돌아가신 세 분의 비극의 현장마다, 이 후보의 그림자는 여지없이 어른거렸다”고 했다.
민주당은 야권의 의혹 제기에 법적 대응 가능성을 밝혔다. 우원식 의원은 이날 “사인이 고혈압에 의한 대동맥 파열로 밝혀지면서 이 후보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면서 “살인멸구’니 ‘간접 살인’ 같은 희대의 망언으로 이 후보에 대한 막가파식 허위 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을 저지른 대가를 치를 차례”라고 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고인 애도는 하지 않고 마타도어성 억지 주장을 내놓고 있다”며 “개인의 죽음도 정쟁에 도움이 된다면 흑색선전에 이용하는 국민의힘 뿌리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