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가 20일 공개한 ‘태종 이방원’의 낙마 장면 촬영 현장 영상/인스타그램

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에 등장한 낙마 장면을 두고 동물학대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당시 촬영 현장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동물권 보호단체는 말의 안전을 확인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마련해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동물자유연대는 20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태종 이방원’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던 현장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장면은 7화에 나오는데, 말이 넘어지는 모습이 부자연스러워 앞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말의 발목을 낚시줄로 휘감아 채는 방법으로 연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연대 측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흰색 밧줄 또는 와이어 등으로 말의 다리가 묶여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뒤쪽에 있던 스태프들이 줄을 잡아당기자, 말은 바닥으로 고꾸라지며 머리를 땅에 부딪친다. 말은 쓰러진 채로 뒷다리를 몇 번 움직이는가 하더니 이내 움직임을 멈춘다.

연대 측은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대로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넘어뜨린 사실을 확인했다”며 “영상 속에서 와이어를 이용해 말을 강제로 넘어뜨리는 과정에서 말은 몸에 큰 무리가 갈 정도로 심하게 고꾸라지며, 말이 넘어질 때 함께 떨어진 배우 역시 부상이 의심될 만큼 위험한 방식으로 촬영됐다”고 했다.

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속 동물학대 의혹이 불거진 장면/KBS 1TV ‘태종 이방원’

이어 “촬영 직후 스태프들은 쓰러진 배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급하게 달려가지만, 그 누구도 말의 상태는 확인하지 않는다”며 “몸체가 뒤집히며 땅에 처박힌 말은 한참동안 홀로 쓰러져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다. 살아 있는 것인지, 부상당한 곳은 없는지 상태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연대는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촬영이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말을 강제로 쓰러뜨린 장면은 명백한 동물학대다. 그 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던 촬영 현장에서의 동물학대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BS에 공식적으로 말의 생존 여부와 안전 확인 및 향후 촬영 현장에서의 동물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 마련을 위한 면담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KBS 측은 논란에 대해 확인 중이라며, 아직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 17일 KBS 시청자권익센터 시청자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글도 게시됐다. 청원인은 “여기 나오는 말들은 어떻게 관리가 되고 있나. 7화 낙마 신에서는 말이 땅에 완전히 꽂히던데 혹시 앞다리를 묶고 촬영하신건가. 넘어질 때 앞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가지런히 모아져 있다. 저 촬영한 말은 어찌 됐나. 살아있는 건가. 답변 부탁드린다”고 했다. 해당 청원은 현재 5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밖에도 네티즌들은 동물학대 논란에 대해 “너무 끔찍하다”, “왜 CG가 아닌 실제 말을 썼는지 모르겠다”, “굳이 저렇게 촬영했어야 했나”, “너무 잔인해서 말이 안 나온다” 등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