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냉철tv’와 ‘아님말고’를 운영하는 박홍일(43)씨는 10일 오후 5시쯤 “유튜브 채널이 삭제됐다”는 메일을 받았다. 유튜브 측이 박씨에게 ‘아님말고’ 채널을 삭제했다고 통보한 것이다. ‘아님말고’는 박씨가 지난해 12월부터 유튜버 ‘윾튜브’와 함께 운영한 별도 채널이다. 두 달 사이 구독자 수는 6만명을 넘었고, 조회수가 290만회에 달하는 영상도 나왔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측은 메일을 통해 “기술적 조치를 우회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었음을 알려드린다”며 “검토 결과 유튜브 서비스 약관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어 계정이 해지됐다”고 통보했다. 구글 고객센터 도움말에 따르면 ‘기술적 조치의 우회’는 소프트웨어나 게임을 해킹하는 것으로, 주로 이런 방법을 소개하는 영상이 신고 대상이다. 이에 박씨가 구글 측에 문의 메일을 보냈지만, “활성 상태의 구글 계정과 연결되지 않았다”는 이해하기 힘든 답변만 돌아왔다.
박씨는 ‘아님말고’에 대해 “사회에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만든 채널”이라며 “(구글 운영정책과 관련해) 문제되는 영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씨에 따르면 이 채널에 올라온 영상의 주제는 주로 정치, 유명인의 이슈 등이다. 이중 대선후보의 공약 등 영상은 친야 성향을 띤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을 좋게 평가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는 식이다.
다만 박씨는 윤 후보나 야당을 무작정 옹호하는 채널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주식 양도세와 여성가족부 폐지 관련 내용은 저도 평소 주장했던 내용이라 좋게 이야기 했다”며 “이준석과 싸우거나 신지예를 영입했을 때는 비판하는 영상을 올렸다”고 했다.
가장 최근에 올린 영상은 손석희 전 JTBC 총괄사장의 불륜설을 유포했다 실형을 선고받은 유튜버 ‘팩맨’이 출소해 함께 밥을 먹는 내용이라고 한다. 또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은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으로 ‘윤석열 못 찍겠다’라고 말하는 등장 인물이 윤 후보의 공약을 듣고 마음을 바꾸는 이야기였다고 전했다.
박씨는 함께 채널을 운영한 유튜버 ‘윾튜버’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9년 저작권을 다수 침해했다는 이유로 채널이 삭제된 윾튜버는 구글 운영정책에 따라 본인 명의의 채널을 운영할 수 없다. 박씨는 “구글에 문의해 확인했더니 영상에 출연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그가 조선닷컴에 공개한 메일 내용을 보면 구글 지원팀은 광고비 정산에 관해서만 “해당 유튜버(윾튜브)의 계좌에 연결할 수 없다”며 “영상이나 라이브에 출연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단 한 번의 경고도 없이 (채널이) 갑자기 폐쇄됐다”며 “정부가 듣기에 껄끄러운 이야기를 하면 이런 식으로 하는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그는 “친문 유튜버에게 이런 경우가 있느냐”고 했다. 유튜브가 박씨의 채널을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삭제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함익병피부과의원 함익병 원장이 유튜브 채널 ‘의학채널 비온뒤’에 올린 ‘코로나 백신 1부 더 이상 전염을 막지는 못한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삭제돼 논란이 일었다. 영상에서 함 원장은 코로나 백신이 중증화율과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백신 접종으로 감염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또 한국 방역 당국의 코로나 대응이 무리하다고도 지적했다. 유튜브 측은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 외 구체적인 삭제 이유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별다른 설명 없이 하루 만에 복구했다.
한국 정부는 타국 정부와 비교할 때 구글에 삭제를 요청한 콘텐츠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구글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해동안 한국 정부가 구글에 삭제를 요청한 콘텐츠는 5만4330개다. 미국(9482개)이나 일본(1070개), 독일(1941개), 영국(829개) 등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여기에는 유튜브 영상 콘텐츠도 포함된다.
구글은 한국 정부가 요청한 5만4330건 가운데 35%를 거부했다. ‘이미 지워진 콘텐츠’ 등의 이유를 들었다. 정부가 그만큼 삭제 요청을 남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한국 정부는 2만967개의 콘텐츠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가운데 80%(1만6832개)는 요청에 따라 삭제됐고, 나머지는 ‘콘텐츠를 찾을 수 없음’, ‘정보가 충분하지 않음’ 등의 원인으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정부가 구글에 콘텐츠 삭제를 요청하며 든 사유는 80%가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때문이었다. ‘규제 상품 및 서비스’는 13%, ‘외설·과도한 노출’은 3%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