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반가워” 출산 축하 이벤트 여는 공주시 - 지난 17일 충남 공주시 중학동에서 최근 아이를 출산한 가정에 중학동장과 동네 사람들이 모여 축하하고 있다. 주민들이 새끼를 직접 꼬아 만든 금줄을 대문에 걸었다. 가족의 경사였던 출산이 지역의 경사가 됐다. /공주시 중학동 제공

전남 강진군에서는 올들어 지난달 8일 처음으로 신생아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강진군은 ‘새해 첫 아기 탄생’ 보도자료까지 냈다. 강진읍에 사는 한 부부에게 3.7㎏의 건강한 남자 아이가 태어났다고 했다. 인근 나주시에서도 작년 말 동강면의 이란성 쌍둥이 출산 소식을 보도자료로 알렸다. “이장들이 찾아가 꽃다발과 생활용품을 전달하며 출산의 기쁨을 함께 했다”고 했다. 신생아 소식이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뉴스로 다뤄지는 시대다.

저출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통계청은 만 15~49세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8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상 최저 기록이고,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06년 이후 4개의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합계출산율은 추락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는 0.7명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통계청은 전망했다.

◇출산율 OECD 절반 수준

합계출산율은 0.81명은 OECD 38국의 2019년 합계출산율 평균이 1.61명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통계가 처음 시작되는 1970년에는 4.53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1984년 2명 미만, 2018년부터는 1명 미만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도별 합계출산율을 보면 세종(1.28명) 전남(1.02명)만 1명을 넘겼으며, 서울은 0.63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은 합계출산율이 2030년까지 1명대를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합계출산율이 2.1명을 넘지 않고, 인구가 외부에서 유입되지 않으면 인구는 자연히 줄어든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81명으로 전년(0.84명) 대비 0.03명 감소했다.사진은 서울 시내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 /뉴스1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500명으로 전년(27만2300명)보다 4.3% 줄었다. 20년 전인 2001년(55만9934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17년 30만명대로 떨어진 출생아 수는 2020년부터 20만명대로 추락했다. 사망자 수는 31만7800명으로 전년보다 1만2800명(4.2%) 증가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5만7300명 자연감소(이민 등 제외)했다. 2020년 처음 인구 자연감소(3만2600명)가 시작된 후, 감소 폭이 커졌다.

서울도 인구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서울의 사망자 수가 출생아보다 3400명 많았다. 1981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17개 시·도 가운데 인구가 증가한 곳은 경기(8700명), 세종(2200명), 울산(600명)밖에 없다

출생아 수, 혼인 수 급감

지난해 말 통계청은 장래인구를 추계하며 2021년 합계출산율을 0.82명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비관적일 경우 0.81명, 낙관적일 경우 0.83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 3가지 시나리오 중에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한 것이다. 비관적인 상황이 계속되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73명이 되고, 내년에는 0.68명까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 통계청 전망이다.

◇380조원 저출산 대책, 밑빠진 독

노형준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출생아 수는 감소세가 유지되고 사망자 수는 인구 고령화로 인해서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인구의 자연감소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아이를 낳으면 생후 24개월 동안 현금 30만원씩을 주는 현금 지급식 현행 저출산 대책으로는 출생아 수 감소세를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경쟁이 심해지고, 결혼하고 아이 낳는 것 보다 내가 살아남는 게 중요해져 인구 감소 추이를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 또한 초저출산이 심각하다고 말로만 강조하고 막상 초저출산 상황이 닥치니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저출산은 경제 전반을 압박하게 된다. 통계청은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인구(유소년과 고령 인구의 합)인 총부양비가 2020년 38.7명에서 2070년 117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총부양비는 2020년 기준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50년 후에는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유엔의 추정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Fitch)는 지난해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발표하며 이례적으로 한국의 잠재성장률(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며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기존 연 2.5%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급격한 인구 고령화가 중기적으로 성장에 압력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