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결사항전 중인 우크라이나를 향해 세계 각국에서 응원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우크라이나를 향한 응원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대 문리과대학 동창회가 러시아 침공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3만 달러(약 3600만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우크라이나 대사관을 통한 성금 ‘인증’이 여기저기서 이뤄진다. 포털사이트에는 “파병을 원한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해외에서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은 물론 러시아 주요도시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규탄하는 반전 시위가 벌어진다.
◇송금 화면 인증하고, 신뢰할만한 기부처 공유
서울대 문리과대학 동창회장을 맡고 있는 김종섭 삼익악기 회장은 “27일부터 동창회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성금 모금이 시작됐으며,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1만달러가 넘게 모였다”고 28일 밝혔다.
김 회장은 “일단 1차 목표액을 3만달러로 잡았으며, 이 금액이 도달하는대로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을 통해 기부금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이어 “우리 역시 6·25 때 북한의 남침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여러 나라에서 도움을 받았다”며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남일 같지 않다고 생각하던 중 동창회 차원에서 나서서 돕자는 목소리가 나와 기부금 모집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대 문리과대학동창회는 전신인 경성제국대학 문과와 이과 계열 졸업생을 포함해 1947년 7월 결성된 단체다. 문리과대학 소속의 각 학과가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으로 분할돼 침체를 겪다가 2020년 6월 김 회장을 동창회장으로 선출하면서 활동을 재개했다.
김 회장은 공익기관과 비영리기관, 대학에 꾸준한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대 문리과대학 총동창회장과 ROTC 동문회장,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비정부기구(NGO) 코피온 이사장 등을 통해 공익적 활동을 이어왔다.
소셜미디어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크라이나 정부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을 공유한 글이 올라왔다. ‘우크라이나 군대를 지원하기 위해 돈을 기부해달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기 위해 거리 시위에 나서 달라’ 등의 호소가 담긴 게시물이었다.
실제 여러 네티즌이 기부에 동참했고, 그 중 일부는 ‘인증샷‘까지 남기고 있다. 국내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에펨코리아와 많은 사용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한다” “인도적 지원을 위해 우크라이나 적십자에 약 1000만원($8350)을 기부했다”는 글과 함께 송금 화면 캡처 이미지가 올라왔다.
‘믿을 수 있는 기부처’를 정리해놓은 게시물도 유행이다. 본인 기부를 인증한 어느 네티즌은 우크라이나 정부 외에 적십자, 유엔난민기구 등을 통한 기부 방법을 소개하며 “국내 유엔난민기구를 통해 우크라이나 긴급구원을 보내면 연말정산도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우크라이나를 도울 수 있는 직간접적인 방법을 찾아 나섰다. 2013년 전역한 군인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네이버에 “우크라이나로 파병을 가고 싶다. 우크라이나를 위해 직접적으로 도움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고, 또 다른 네티즌은 “15살인 제가 간접적이라도 우크라이나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고 적었다.
◇각국서 우크라 응원·모금… 할리우드 스타들 앞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래, 서방 주요 도시에서는 푸틴 대통령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에 힘을 보태려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 이탈리아, 루마니아, 터키, 호주,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페루 등에서도 수천 명이 집결했다.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에서도 수십개 도시에서 반전(反戰) 시위가 열렸고, 1000여명이 체포됐다.
할리우드 스타들과 유명 인사들도 앞장선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냈던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연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함께 한다.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 비극과, 동시에 우리에게 감동을 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용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나는 전쟁이 끝난 후 점령된 나라에서 자라는 것이 어떤지 잘 알고 있다. 전쟁의 여파에서 모두가 고통을 겪는다. 아무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팝스타 마일리 사이러스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침공됐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키예프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그때 정말 놀라운 경험을 했다. 두 팔 벌려 저를 환영해줬던 지역사회에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이번 침공으로 영향을 받은 모든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폭력의 즉시 중단을 촉구하는 글로벌 커뮤니티와 연대한다”고 썼다.
우크라이나 출신 배우 밀라 요보비치도 러시아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요보비치는 26일 인스타그램에 성명을 올리고 “내 고향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일에 가슴이 아프다. 내 조국과 국민들이 폭격을 당하고 있고, 가족들과 친구들이 이를 피해 숨어있다”고 했다.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도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인해 삶에 영향을 받을 개인 및 가족들과 함께 한다”고 했고, 할리우드 배우 애쉬튼 커쳐도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배우 맨디 무어도 우크라이나를 돕자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고 “”내 마음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 한다”고 적었다.
27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항의하고 우크라이나 국민과의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 10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스위스 베른에선 2만여명이 모여 우크라이나 지지 집회를 열었다.
영국, 이탈리아, 루마니아, 터키, 호주,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페루 등에서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우크라이나에 힘을 보탰고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에서도 정부를 비판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국내에선 재한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이 반전 시위를 열었다. 우크라이나인 200여명은 지난 27일 서울 중구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평화를 원한다’ ‘푸틴은 전쟁을 멈추라’고 외치며 한국 시민들의 연대와 지원을 요청했다. 러시아인들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반전 집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