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의 ‘작은 거인’, ‘기부 천사’로 불리던 마지막 지게꾼 임기종(65)씨가 노동착취 논란이 일어난 후 일자리를 잃게 됐다. 방송 후 일부 시민들은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 임씨 채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8일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전날 임씨가 설악산에서 마지막 짐을 옮기는 장면이 방송된 후 사무소에는 “임씨가 설악산을 떠나지 않게 해달라”는 문의가 잇따랐다.
임씨는 지난달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2시간 거리 흔들바위는 2만원, 30분 거리 비선대는 8000원, 1시간 30분 거리 비룡폭포는 6000원의 운반비를 받는다고 말했다. 방송이 나간 후 뜻하지 않은 노동착취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설악산 국립공원의 마지막 지게꾼이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고, 2만8000여명이 동의했다.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에도 임씨의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글들이 이어졌다.
약 한 달이 흐른 7일 SBS ‘생활의 달인’은 임씨의 근황을 전했다. 임씨는 “그것 때문에 말이 엄청 많았다”며 “그 화살이 나한테 꽂히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예 착취한다는 식으로 되니까, (일 주시는 분이) 일을 시키게 되면 (사람들이) 나를 노예로 부린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나를 쓸 수 없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나도 그만두고 다른 일 찾아야겠다”고 했다.
임씨는 오해와 논란으로 맘고생이 많았지만 자신에게 호의로 일을 준 이들에게 피해가 갈까, 그것을 더 걱정했다. 가벼운 물건에 짧은 거리는 돈을 적게 받고, 무거운 물건에 긴 거리는 많이 받으면서 40년 넘게 착취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임씨는 마지막 배달비를 받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이라서, 보답하기 위해서 가는 거니까 돈 받고 하는 거 아니다”라며 “이게 마지막이다. 앞으로 설악산에서 짐 안 질 것”이라고 했다.
16살부터 설악산에서 지게꾼 생활을 한 임씨는 힘들게 번 돈으로 불우이웃과 어르신들을 돕는 활동을 해온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임씨가 지금까지 주변을 돕는 데 사용한 돈은 1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홀몸노인과 장애인을 돕고 효도 관광을 보내주는 등의 공을 인정받아 2012년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임씨는 지적장애 보호시설에 있는 아들 생각에 기부하게 됐다며 은퇴하고 나면 아이와 함께 사는 게 바람이자 꿈이라고 했다. 그는 “설악산은 내 부모같이 품어주고 안아주고 푸근하다. 산에 가면 편안했다”고 그간의 소회를 털어놨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안타깝다”면서도 원칙상 특정인을 채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사무소 관계자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공단에서는 임씨를 한 번도 채용한 적이 없다”며 “일감을 드리거나 발주를 한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설악산 내 휴게소 6곳, 민간에서 관리하던 대피소 3곳 등이 있었지만 현재 휴게소는 모두 철거됐고 대피소 5곳은 공단에서 관리하고 있다. 공단은 대피소 물품 수송에 헬기를 이용한다. 설악산 내 지게 운반이 필요한 민간시설은 사찰과 암자 등만 남았다는 게 사무소의 설명이다.
사무소 관계자는 “기존 고용계약이 있던 게 아닌데 임씨를 특별 채용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공공기관은 공개경쟁을 원칙으로 하는데 임씨를 채용하게 되면 설악산에서 일했던 분들을 모두 채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