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세가 장기화하고 극심한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최근 우울증을 앓는다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주요 대학에는 심리 상담센터가 있지만, 상담을 받으려면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곳도 있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2학기) 기준 수도권 소재 대학 46곳 중 7곳은 평균 상담 대기 시간이 한 달이 넘었다. 대기 시간은 홍익대가 60일, 고려대 50일, 성신여대 47일 등으로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2주 이상 1달 미만 기다려야 하는 대학도 14곳에 달했다. 올해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주요 대학에서 심리 상담센터 대기 시간은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실에 따르면 대학들은 “빠른 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즉시 상담에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증상이 심해도 상담을 제때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반응이 나온다.

학생들은 일반 정신과 등에 갈 경우 진료 기록이 남을 수 있고 사설 상담소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 등 때문에 학교 상담센터를 선호한다. 하지만 서울대 3학년 노모(23)씨는 “사전 면담하는 데만 한 달을 기다리고, 실제 첫 상담은 2주를 더 기다렸다”면서 “코로나 여파로 신청자가 늘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고려대 4학년인 김모(23)씨의 경우 작년 상반기 학교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는 데 4개월이 걸렸다. 김씨는 “우울증이 심해 6개 수업 중 3개에서 F를 받았고 방 밖으로도 못 나갈 정도였다”고 했다. 김씨는 지금도 우울증 증상을 겪고 있다. 하지만 상담을 신청하면 또 기다리기만 할까 봐 1회당 10만원을 내고 사설 상담을 받고 있다고 한다.

각 학교 상담센터는 상담을 원하는 학생들은 크게 늘어난 반면, 인력·예산 부족으로 상담 대기 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서울의 한 대학 상담센터 관계자는 “작년 상담 수요는 2년 전의 1.5배로 늘었는데, 상담사는 단 2명 늘어나 현재 10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경북의 한 대학 상담센터 관계자도 “대학 입장에선 교직원 전체 정원 수가 정해져 있어서 상담사를 더 고용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문제와 관련된 정부 예산이 따로 없어서 각 대학에서 학생 정신 건강 문제에 예산을 많이 할애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