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에선 작년 2학기부터 음악 시간에 ‘칼림바’라는 악기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칼림바는 길이 약 20㎝ 판 형태 몸통 앞면에 음높이가 다른 금속 건반 17개가 배열된 타악기다. 엄지손가락으로 위에서 아래로 건반을 튕겨서 소리를 내 ‘엄지 피아노’라고 불리며, 가격은 2만~4만원 정도다. 이 학교 교사 김모(34)씨는 “4학년은 리코더, 5학년은 단소, 6학년은 소금을 배웠지만 이제 학교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없어 입으로 연주하는 악기는 사용할 수 없다”며 “장구 같은 다른 타악기도 함께 배운다”고 했다.

과거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꼭 배우는 악기로 꼽혔던 리코더와 단소의 자리를 칼림바나 우쿨렐레(작은 기타)가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로 학교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상황이 길어지자 입을 대고 불어야 하는 리코더⋅단소를 배우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칼림바나 우쿨렐레는 손가락으로 연주할 수 있는 데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고,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도 좋아 음악 시간 필수 교재가 되어가고 있다. 초등학교에선 주로 배우기 쉬운 칼림바를, 중학교에선 우쿨렐레나 기타 등을 주로 배운다고 한다. 서울 동작구에서 초등학생을 키우는 학부모 최모(40)씨는 “나는 칼림바라는 악기가 있는 줄도 몰랐다”면서 “코로나가 참 많은 걸 바꾼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학생들 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학교에서 이런 악기를 한꺼번에 구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리코더·단소 대신 칼림바·우쿨렐레 등을 배우는 아이들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중학교에서도 지난달 7만원 상당의 우쿨렐레 30개를 사서 음악실에 갖춰놓고 돌아가며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교사 최모(55)씨는 “‘한국에서 학교를 나왔다면 리코더는 다 불 줄 안다’는 말은 옛날 이야기가 됐다”며 “우쿨렐레가 기존에 배워보지 못한 악기이다 보니 학생들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