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등으로 사망자가 쏟아지면서 전국적인 화장장 부족 현상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전국 화장장 60곳 중 시신 안치소가 제대로 마련된 곳이 10곳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일부 지자체는 화장장 내 안치소의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등 관리가 부실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정부·지자체는 최근 뒤늦게 화장 시설에 컨테이너 등을 이용한 ‘저온 안치실’ 마련에 나선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전국 60개 화장장 가운데 화장하기 전까지 시신을 안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둔 곳은 울산·세종·용인 등 10곳 미만이라고 밝혔다. 안치할 수 있는 시신은 총 63구라고 했다. 하지만 장례 업체들 사이에선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모든 화장 시설엔 주차장⋅관리사무소 등과 함께 시신 안치실이 포함돼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지자체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파악한 안치소 숫자도 정확하지 않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서울의 화장 시설 2곳에는 안치소가 없다고 밝혔지만 본지가 확인한 결과 서울시 관내 화장장 2곳에 시신 16구를 안치할 수 있는 안치 시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가 시작될 때까지 서울시는 이 안치소의 존재 여부를 모르고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치소를 오랫동안 사용을 안 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했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 회장은 “재난 상황인데 관내 화장 시설의 안치 냉장고 유무도 파악 못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정부는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화장 시설 내 시신 안치소를 이용할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코로나 사망자 폭증 같은 이례적인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보통 고인의 시신은 3일장이 진행되는 동안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 시신 보관용 냉장고에 보관한다. 화장장에 도착한 직후 화장이 이뤄지기 때문에 화장장 안치실은 잘 이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법령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만들어진 화장 시설도 있고, 처음엔 안치소를 갖춰 놓았다가 필요가 없어서 없앤 곳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안치소 부족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경기도 ‘용인 평온의숲’에서 화장로 운영 회차를 8회에서 12회로 확대하는 등 현재 전국의 화장장이 풀가동되고 있다. 하지만 전국 화장장 예약 시스템인 ‘E하늘장사 정보’에 따르면 25일 오후 3시 기준 서울 화장장 2곳과 부산 1곳은 5일 후인 29일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 25일 사망한 고인의 경우 이 지역 ‘6일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3일장을 치른 경우 이틀을 더 고인을 안치소에 홀로 둬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