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공개한 '가평 계곡 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은해(31)씨의 통화 내용. /SBS

검찰이 3년 전 경기도 가평 계곡에서 사망한 윤모(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 공개수배에 나섰다. 이들은 윤씨의 아내와 그의 남자친구로 알려진 인물이다.

인천지검 형사2부(부장 김창수)는 살인 혐의로 이은해(31)씨와 공범 조현수(30)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한다고 30일 밝혔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씨의 남편인 윤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윤씨에게 계곡에서 다이빙하게 한 뒤 구조하지 않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은 2020년 10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그날의 마지막 다이빙-가평계곡 익사 사건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다뤄졌다. 당시 제작진에게 먼저 연락한 건 이씨였다. 남편인 윤씨가 자신에게 남긴 사망 보험금을 보험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제보의 주요 내용이었다.

이씨는 사망보험금 문제로 보험사와 갈등을 겪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 신청 넣었는데, 보험사 측에서는 ‘금감원에 답변할 테니까 할 말 없다’ 이런 식으로 끝내더라”고 했다. 이어 “수영도 못 하는 사람이 다이빙을 어떻게 하느냐고 그러면서 (제가) 보험금 노리고 어떻게 했다는 식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윤씨가 수영을 못 했느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이씨는 웃으며 “아니요, 아니요”라고 답했다.

보험을 들게 된 계기에 관해서는 “설계사분이 제가 아는 사람이었다. 제가 먼저 6억짜리를 들었다”며 “그다음에 오빠가 저한테 보험을 아무것도 안 가진 건 좀 그러니 자신도 가입해야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의 사망 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새벽 택배 같은 일용직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씨는 남편이 사망하고 5개월 뒤 보험회사에 남편의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했다. 당시 보험회사는 심사 과정에서 사기 범행을 의심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이후 경찰의 재수사로 피의자 신분이 됐다. 윤씨가 사망한 뒤 경기 가평경찰서는 변사 사건으로 내사 종결했으나 유족의 지인이 경기 일산 서부경찰서에 제보해 재수사가 진행되던 상황이었다. 이씨는 본인이 먼저 방송에 연락했던 것과 달리 취재에 응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그냥 저도 내려놓은 상황”이라며 “보험청구고 뭐고, 그냥 평범하게만 살고 싶은데 자꾸 이런 일이 있으니까 내려놓은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택배 일도 변변치 못해서 생활보호대상자 신청을 해놨다”고 했다.

◇일행 “’악’소리 들었다”…아내 “아무 소리 없었다”

인천지검 형사2부(부장 김창수)는 살인 혐의로 이은해(31·왼쪽)씨와 공범 조현수(30)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씨의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지검

윤씨 사고 당시 함께 있었던 일행 최모씨는 제작진과 용소계곡을 찾아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씨가 “마지막으로 다이빙 한 번씩 하고 정리하고 가자”라며 윤씨에게도 다이빙을 제안했지만 윤씨는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씨는 “남자들 다 뛰는데 오빤 안 뛰어? 그럼 내가 뛸게”라며 구명조끼를 입었고, 윤씨가 “아냐. 내가 뛸게”라고 말했다고 최씨는 전했다. 그는 “뒤에서 ‘악’ 하는 비명이 들렸다”며 뒤돌아보자 윤씨가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그러나 이씨는 당시 제작진과의 통화에서 “아예 아무런 소리도 안 들려서 그게 더 이상하다”며 “소리라도 지르거나 허우적거리면 (제가) 어떻게든 했을 텐데 저희가 봤을 때는 아예 안 보였다”고 했다.

일행은 또 당시 계곡에 같이 갔던 조씨를 이씨와 사귀는 사이로 알고 있었다. 이씨는 제작진에게 “제가 내연남이 있었다”며 “내연관계가 있는 사람과 계곡을 같이 갔다”고 인정했다.

이 밖에도 방송은 윤씨가 결혼 뒤에도 회사 근처 월셋집에서 홀로 살았다는 점, 신혼집에는 이씨가 지인과 동거했다는 점, 윤씨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장기매매까지 시도했다는 사실 등을 알리며 윤씨 사망에 의문이 남는다고 했다. 또 윤씨가 사망한 날은 생활고로 보험료를 내지 못해 보험 효력이 사라지기 불과 4시간 앞두고 발생한 일이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후 자신을 윤씨의 친누나라고 밝힌 이는 ‘가평 익사사건의 진실을 밝혀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청원인은 “(동생은) 15년간 직장생활을 열심히 했지만 잔고 하나 없이 많은 빚만 남겼다. 국민연금은 현재 배우자인 이씨가 수령하고 있다”며 “동생은 사랑이었지만, 이씨는 목적이 있는 만남이었을 것 같다”고 했다.

인천지검은 지난해 12월 이씨와 조씨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 결과 이씨와 조씨는 2019년 2월에도 강원도 양양군 한 펜션에서 윤씨에게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고 했으나 독성이 치사량에 못 미쳐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또 3개월 뒤에는 경기도 용인시 한 낚시터에서 윤씨를 물에 빠트려 살해하려다가 잠에서 깬 지인에게 발각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와 조씨는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마친 뒤 3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도주한 뒤 그동안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계속 수사를 했지만 아직 검거하지 못했다”며 “신속히 검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