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 만에 서울대학교에 총학생회가 생긴다. 서울대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31일까지 실시된 총학생회 선거에서 총학생회장 후보로 김지은(24)씨, 부총학생회장 후보로 전현철(22)씨를 앞세운 선거운동본부 ‘자정’이 당선됐다. 정식 투표 기간보다 5일 더 연장 투표를 한 끝에 선거 성사 요건인 투표율 50%를 넘겼다. 새 총학은 오는 4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최근 2년여간 서울대 총학 선거는 학생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지난 2019년 11월과 2020년 4월에는 출마한 후보가 도중 사퇴했고 2020년 11월 선거 때는 아예 후보로 나서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4월과 11월에도 선거가 치러졌지만 투표율이 50%를 밑돌아 선거 자체가 무산됐다.
하지만 올해는 대면 수업이 변수가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3월 초부터 서울대는 대면 수업을 진행했는데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대면 수업이 갑자기 비대면으로 바뀌거나, 학교에 등교한 후 비대면 수업을 들을 공간이 부족해 카페를 전전해야 하는 일도 많았다. 그런데도 학생 편에서 학교에 문제 제기를 할 ‘대표’가 없어 불편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는 것이다. 서울대생 이모(25)씨는 “대면 수업이 끝나고 바로 비대면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공간이 없어 돌아다니다가 지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이런 점들을 해결할 학생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투표했다”고 했다. 이번에 당선된 신임 총학생회장 김지은씨도 ‘캠퍼스 정상화’를 공약으로 앞세웠다. 그는 “학생회가 없던 기간과 코로나 유행 기간이 거의 겹쳤다”며 “대면 수업 전환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상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지난 대선 전후로 커진 20대의 정치 관심이 대학 선거에도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생 김모(21)씨는 “대선 결과가 20대의 삶과 직결된다고 느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총학도 대학 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 처음으로 투표했다”고 했다.
서울대 총학이 2년 만에 들어선 것이 다른 대학에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현재 연세대·이화여대·숙명여대 등도 학생회장 자리가 공석이다. 서울대와 비슷한 이유로 학생들의 참여가 적었기 때문이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총학이 장기적으로 유지되려면 우리 편에서 일을 해줄 거라는 학생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