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계곡 살인' 사건 용의자 이은해(오른쪽)씨와 사망한 남편 윤모씨. /JTBC

경기도 가평 계곡에서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은해(31)씨가 사건 후 남편이 살던 집을 찾아가 남은 보증금을 모두 챙겨간 것으로 전해졌다.

7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남편 윤모(당시 39세)씨가 숨지고 한 달 뒤 그가 살던 경기도 수원의 한 연립주택 지하방을 찾았다. 그리고 집주인과 만나 직접 서명을 한 뒤 남은 보증금 100만원을 챙겨갔다. 원래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50만원짜리 방이었지만 생활고를 겪던 윤씨가 넉 달 동안 월세를 못 낸 탓에 200만원이 차감된 상태였다.

2016년 결혼 후 이씨는 윤씨가 신혼집을 마련했음에도 함께 살지 않았고 여러 이유를 들어 별거를 지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혼집 계약 당시 만났던 공인중개사는 “신혼부부 같지 않았다. 살림이 들어오지도 않았다”며 “그때 (이상해서) 물어봤던 것 같다. 친구들이 살고 있다고 하길래 ‘희한하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결국 윤씨는 반지하를 전전했고 부부의 경제권은 이씨가 가졌다. 이씨는 따로 사는 윤씨를 자주 만나지도 않았으며 금전적인 지원을 하지도 않았다. 윤씨가 살던 집 주인은 JTBC에 “(윤씨가 이씨를) 한 달에 어쩌다가 한번 보는 것 같았다”며 “(이씨가) 여기까지 와서 내리고, 항상 남자랑 같이 왔었다”고 했다.

윤씨가 생전 이씨에게 보냈던 카카오톡 메시지 일부. 통장 잔고 0원이 캡처된 사진도 보냈다. /인스타그램

과거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됐던 부부의 카카오톡 대화에도 당시 어려웠던 윤씨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주로 윤씨가 이씨에게 도움을 부탁하는 식이었는데, 그는 “전기가 곧 끊긴대. 3개월 치인데 3만8000원이야. 나 아껴 쓴 거야. 좀 도와주라” “은해야 나 너무 배고파. 안경도 사고 싶고 운동화도 사고 싶고. 라면 살 돈도 없어” “돈 들어오면 신랑 안경하고 운동화 사줘요. 신발이 찢어져서 창피해” “만원만 입금해줘.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랑 생수 사먹게. 돈 빌릴 데가 없어” 등의 말을 한다.

또 연신 “미안하다” “바쁠 텐데 전화 안 해도 된다” “이런 부탁 해서 미안하다” “다음부터는 안 하겠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이씨에게 사과하는 모습도 보였다. 은행 애플리케이션에서 캡처한 잔고가 0원인 통장 내역을 전달하고는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강조하기도 했다.

공개수배된 이씨와 조씨의 얼굴. /뉴스1

윤씨는 한 대기업에서 15년간 연구원으로 일하며 6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았다고 한다. 결혼 전 넉넉한 형편이었던 그는 사망 무렵 개인 회생까지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의 누나는 국민청원 글을 통해 “직장 생활을 열심히 했음에도 잔고 하나 없이 동생 앞으로 많은 빚만 남겨졌다”며 “퇴직금마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13일 첫 검찰 조사 후 공범 조현수(30)씨와 잠적해 4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검찰이 지난달 30일 이씨와 조씨의 얼굴 및 신상 일부를 지명수배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했으나 검거에 필요한 결정적인 제보는 아직 받지 못했다. 이들의 지인이자 또 다른 공범인 A(30·남)씨는 현재 살인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