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객 지나간 자리에 쓰레기가 산더미 처럼 쌓였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뚝섬,반포 한강공원 모습(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김광진·김나영 기자

10일 오후 6시 40분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벚꽃 아래 가족, 연인,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 인파들 뒤로 높이 1m가 넘게 쌓인 쓰레기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면과 국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라면 용기, 치킨 뼈, 먹다 남은 피자 조각, 페트병이 널브러져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통은 뚜껑이 안 닫힐 정도로 꽉 차 있고 그 앞에는 국물이 그대로 담긴 일회용 라면용기 20여 개가 길바닥에 놓여있었다. 이 일대에서 자주 운동을 한다는 남선영(28)씨는 “날이 풀리고 거리 두기도 완화되면서 쓰레기가 확 늘었다”고 했다. 이날 오전 뚝섬한강공원에 청소 봉사를 하던 김기손(76)씨는 “올해 들어 오늘이 쓰레기양이 제일 많다”고 했다.

서울에 봄꽃이 만개한 주말이었던 지난 9~10일 상춘객들은 곳곳에서 봄을 즐겼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 3년 만에 개방된 벚꽃 명소인 여의도 윤중로를 비롯해 한강공원, 잠실 석촌호수 등 인파가 몰리는 곳마다 쓰레기도 흘러넘쳤다.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4월 3~9일 여의도·반포·뚝섬한강공원에서 배출된 쓰레기양은 약 62t으로 2주 전인 3월 20~26일(16t)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

영등포구는 지난 9일 하루에만 윤중로에 12만1000명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쓰레기도 이날 2t 넘게 나왔다. 이날 벚꽃 길 곳곳에는 버려진 플라스틱 커피 잔, 신문지, 페트병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계속 단속하고 있는데도 쓰레기가 나와 1시간에 한 번씩 미화원이 투입돼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고 했다. 여의도 윤중로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이웅기(61)씨도 “토요일 밤 10시에 쓰레기를 다 정리하고 퇴근했는데 오늘 아침 6시에 다시 수거한 쓰레기만 1t에 달한다”며 “다 마시지도 않은 음료수 병과 커피 잔을 그대로 버리는 바람에 일일이 미화원들이 분리수거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반포한강공원 일대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곳 작업반장인 환경미화원 김모(70)씨는 “100L짜리 쓰레기 봉지 4개를 걸어 놓으면 30분도 안 돼서 다 찬다”며 “출근 시간보다 1시간 빨리 출근해 계속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데도 10분도 쉬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지난 3월까지만 해도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밤사이 평균 500㎏의 쓰레기가 나왔지만 이날은 4배인 2000㎏이 나왔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오랫동안 겪으면서 시민들이 식당 대신 야외에서 배달 음식이나 도시락을 함께 먹는 경우가 부쩍 많아져 코로나 전보다 음식 쓰레기가 더 늘었다는 반응도 많다. 한 환경미화원은 “식당이 문을 일찍 닫으니 젊은 층들이 한강에 와서 술과 배달 음식을 시켜 먹어 쓰레기가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돌아본 한강 공원에선 분리수거나 쓰레기 무단 투기를 단속하는 공무원은 없었다. 형광 조끼를 입고 돌아다니던 공무원들은 “마스크 단속하러 나왔다”고 했다. 이날 오후 벚꽃 보러 나왔다는 이다명(19)씨는 “마스크 단속을 할 것이 아니라 쓰레기 단속이나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