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계곡 살인’ 사건 용의자 이은해(31)씨와 공범 조현수(30)씨가 16일 체포됐다. 공개 수배 17일 만으로 이들은 이날 처음으로 언론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씨와 조씨는 이날 낮 12시25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 지난 6일 합동 검거팀을 꾸린 인천지검과 인천경찰청이 최근 이들의 소재를 파악했고, 이씨 아버지를 설득해 오피스텔 호수를 알아냈다. 이씨 아버지도 “자수하라”며 딸을 설득했고, 이씨와 조씨는 결국 스스로 문을 열고 걸어 나와 붙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4시9분쯤 이씨와 조씨를 경기 고양경찰서에 압송했다. 이 과정에서 처음 언론 카메라에 모습을 비춘 이씨는 검은색 벙거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싸맸다. 걷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움직이기도 했다.
조씨 역시 베이지색 벙거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두 사람은 ‘살인 혐의를 인정하냐’ ‘보험금을 노렸냐’ ‘전 남자친구 살인 의혹을 인정하나’ 자수한 이유가 무엇이냐’ 등 취재진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 용소계곡에서 이씨 남편인 윤모(당시 39세)씨를 물에 빠뜨리고 구하지 않아 사망케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같은 해 2월에도 강원도 양양군 한 펜션에서 윤씨에게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3개월 뒤에는 경기도 한 낚시터에서 윤씨를 물에 빠뜨렸으나 지인이 구조하면서 실패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을 계획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씨는 남편 사망 후 5개월 뒤 보험회사에 생명보험금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했다. 당시 보험회사는 심사 과정에서 사기 범행을 의심해 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둘은 지난해 12월 13일 첫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잠적해 4개월간 도피 생활을 이어왔다. 이들의 지인이자 또 다른 공범인 A(30·남)씨는 다른 사기 사건으로 이미 구치소에 구속된 상태이며, 살인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