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 사건 용의자 이은해(왼쪽)씨와 공범 조현수씨가 16일 오후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가평 계곡 살인’ 사건 용의자 이은해(31)씨와 공범 조현수(30)씨가 검찰의 공개수배가 내려진 뒤에도 태연히 은신처 인근 거리를 활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인천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씨와 조씨는 이달 초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서울지하철 3호선 삼송역 인근을 돌아다니다가 이면도로에 설치된 CCTV에 포착됐다. 해당 장소는 두 사람이 숨어 지낸 오피스텔 근처였다. 영상을 확보한 경찰은 이씨와 조씨가 일대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하고 여러 오피스텔 단지를 탐문 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중 탐문은 이틀가량 계속됐고 점차 포위망을 좁혀가던 중 이씨 아버지로부터 “딸이 자수하려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미 이씨와 조씨가 은신한 오피스텔을 특정한 경찰은 이씨 아버지를 통해 그들이 스스로 나오도록 유도했다고 한다. 이씨 아버지는 “자수하라”며 딸을 설득했고, 결국 이씨와 조씨는 스스로 문을 열어 이날 낮 12시25분쯤 체포됐다.

당시 오피스텔 건물 복도에는 조씨 혼자 나왔고 수사관이 그를 따라 내부로 들어가 이씨를 함께 붙잡았다. 두 사람의 얼굴은 초췌했으며 비교적 야윈 모습이었다고 한다. 오피스텔 내부에는 페트병에 담긴 생수가 3~4상자 쌓여있었고 집기류도 거의 없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였다. ‘건강 상태가 어떠냐’는 수사관 물음에 이씨는 “괜찮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평 계곡 살인' 사건 용의자 이은해(오른쪽)와 조현수씨. /온라인 커뮤니티

이씨는 지난해 12월 도주했을 때부터 해당 오피스텔에 머물렀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은신처 일대는 대형 쇼핑몰과 아파트 등이 밀집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경찰은 이씨와 조씨가 의도적으로 도심 외곽 등을 피해 중심가에 은신처를 마련하고 숨어 지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고양경찰서에 인치돼 있던 이씨와 조씨의 신병을 인계받아 인천지검으로 압송했다. 두 사람은 각각 벙거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언론 카메라 앞에 처음 등장했으며 ‘살인 혐의를 인정하냐’ ‘보험금을 노렸냐’ ‘자수한 이유가 무엇이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들은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 용소계곡에서 이씨 남편인 윤모(당시 39세)씨를 물에 빠뜨리고 구하지 않아 사망케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같은 해 2월에도 강원도 양양군 한 펜션에서 윤씨에게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3개월 뒤에는 경기도 한 낚시터에서 윤씨를 물에 빠뜨렸으나 지인이 구조하면서 실패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을 계획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씨는 남편 사망 후 5개월 뒤 보험회사에 생명보험금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했다. 당시 보험회사는 심사 과정에서 사기 범행을 의심해 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둘은 지난해 12월 13일 첫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잠적해 4개월간 도피 생활을 이어왔다. 이들의 지인이자 또 다른 공범인 A(30·남)씨는 다른 사기 사건으로 이미 구치소에 구속된 상태이며, 살인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