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씨와 내연남 조현수(30)씨가 16일 오후 12시 25분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 이들은 공개수배가 내려진 뒤에도 지인들과 1박2일 여행을 갔다온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씨와 조씨는 지난달 30일 공개수배로 얼굴이 공표됐음에도 대담하게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이들은 3일 지인의 승용차를 타고 경기지역 외곽으로 1박2일 여행을 갔다가 은신처인 해당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숙박 예약 및 결제는 이씨가 갖고 있던 다른 사람의 신용카드로 진행했다.
인천지검·인천경찰청 합동검거팀은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하고, 차적 조회 등을 통해 여행을 함께 다녀온 지인을 찾아내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와 조씨가 고양시 삼송역 인근 오피스텔에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경찰은 13일 삼송역 인근 CCTV를 일일이 확인해 이들이 숨어 있는 오피스텔을 찾아냈지만, 몇 동 몇 호인지는 몰랐다. 해당 오피스텔은 2500여 가구의 대단지로 지난 2월 초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경찰은 오피스텔 주변을 탐문하며 포위망을 좁혀가던 중, 그동안 신뢰 관계를 형성했던 이씨의 아버지로부터 “딸이 자수하려고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씨는 아버지에게 울면서 “죽고 싶다”고 전화했다고 한다.
이씨 아버지는 경찰 체포에도 동행했다. 경찰은 이씨 아버지를 통해 이씨와 조씨가 오피스텔에서 스스로 나오도록 설득했다. 경찰 관계자는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어 최대한 이씨 등이 자진해서 나올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이씨와 조씨는 오피스텔에서 지내며 배달음식을 주로 시켜 먹었다고 한다. 가끔 마트나 편의점에서 재료를 사와 직접 음식을 만들기도 했다고. 이들은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도주 전 구입한 ‘대포폰’을 이용했고 주로 텔레그램을 통해 지인, 가족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와 조씨는 검거 이후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검거된 후 이틀 간 검사와 수사관 질문에 답변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8일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당시 39)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같은 해 2월과 5월에도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