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MBC '러브하우스'에 출연한 코미디언 신동엽과 '계곡살인사건' 피의자 이은해씨의 어릴적 모습./MBC

‘가평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인 이은해(31)씨가 과거 MBC ‘러브하우스’에 출연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해당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신동엽이 이씨에 대해 “대견했던 아이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MBC ‘실화탐사대’는 21일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계곡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이씨와 공범 조현수(30)씨의 행적을 다뤘는데,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실화탐사대’ 진행자인 신동엽과 이씨가 20년전 ‘러브하우스’에서 만난 적 있기 때문이다. ‘러브하우스’는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찾아 집을 리모델링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씨는 이 방송에서 하반신 마비를 겪는 부모와 사는 초등학생으로 소개된 바 있다.

이씨가 출연했던 과거 방송이 자료화면으로 소개되자, 신동엽은 “와, 세상에”라며 “제가 했던 프로그램이라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는 이씨에 대해 “저 친구의 얼굴이 기억나진 않지만 ‘러브하우스’가 참 많은 가정들과 함께 했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집들 중에 세 번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이 장애가 있는데 어린 딸이 너무 대견했다. 부모님을 살뜰하게 잘 챙겨서 ‘어떻게 이런 애가 다 있지’,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애가 벌써 철이 들고 속이 깊을까’ (라고 생각했던 게) 또렷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신동엽은 이씨의 과거 영상을 보는 내내 탄식했다.

그러면서 신동엽은 이씨의 사건 소식을 접한뒤 “과거 효녀였던 친구가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속으로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진짜 많이 놀랐다”고도 했다. 신동엽은 이씨의 행적이 소개될 때마다 “방송을 떠나 못 보겠다. 화가 난다”고도 말했다.

이날 방송에선 취재진이 이씨의 친정 아버지를 찾은 모습도 나왔다. 촬영 당시에는 이씨가 검거되기 3일전이었다. 제작진이 다가가자, 이씨의 아버지는 “할 말이 없다”며 휠체어를 타고 자리를 피했다. “이씨와 연락이 되냐”는 계속되는 질문에도 이씨의 아버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신동엽은 이 장면을 보면서도 한숨을 내쉬었다.

'가평 계곡살인 사건' 혐의로 지난 16일 검거된 이은해씨(왼쪽)와 공범 조현수씨. /뉴스1

이씨는 내연남인 조씨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을 못하는 윤씨를 계곡물로 스스로 뛰어들게 한 뒤 구조하지 않고 내버려 둬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가로채기 위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판단,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씨와 조씨는 지난해 12월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삼송역 인근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공개수배 18일째, 도주 124일째 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