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호프집에서 남녀 손님 한 쌍이 식사를 마친 후 계산을 하지 않고 도망을 간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조사 중이다.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술집 운영하는 호프집 사장입니다. 아직도 먹튀하는 인간들이 있네요’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서 노가리 가게를 운영한다는 작성자 A씨는 “지난 수요일(4월 27일) 50대 정도로 보이는 커플이 가게에 왔다. (이들은) 맥주와 소주를 시키고 ‘여기는 먹을 게 없다’며 노가리를 시켰다”고 말했다.
당시 오후 10시 30분부터 가게 테이블이 만석이 돼 바쁘게 일하고 있던 가운데 A씨는 해당 커플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자리에 먼저 앉아 계신 손님이 항상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장사한 지 2년차”라며 “(사라진 중년 커플이) 화장실에 갔겠거니하고 생각하고 다른 손님이 와도 돌려보냈다”고 했다.
그러나 커플은 2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주변을 둘러봤는데 도망갔더라. 그날 장사는 다섯 테이블을 받고 그렇게 끝이 났다”며 “큰 손님도 다 놓쳤다”고 말했다. 그는 “CCTV를 돌려봤더니 (커플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2분 전부터 정수기에서 물을 떠 마시고 둘이서 얼굴을 맞대고 속삭이더니 여성이 소지품, 옷가지 등을 챙겨 먼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성은 자켓을 입고 테이블 위 본인 소지품이 있는지 확인하고, 생맥주를 따르던 아르바이트생 옆을 지나가면서 ‘화장실 비밀번호가 뭐였더라’고 흥얼거렸다고 한다”고 했다.
현재 해당 사건은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형사는 지문 채취를 위해 해당 커플 손님이 먹던 술병을 따로 빼놔달라고 했다고 한다. A씨는 “얼마 되지 않는 돈 때문에 혈세 낭비를 하는 것 같아 형사님께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고 했다”며 그러자 “형사가 ‘사람 많고 장사 잘 되는 번화가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거다. 소상공인 힘든데 이렇게 기름을 부으면 되겠느냐’며 위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너무나 괘씸하고 화가 나서 눈물이 난다”며 “거리두기로 대출받아 겨우겨우 버티며 어떤 손님이 와도 웃는 모습으로 반겨드리려 노력했다. 이번 일로 정말 떳떳하고 양심 있는 손님분들이 화장실을 가면 힐끗힐끗 쳐다보는 제 자신이 어이없고 비참해진다”고 덧붙였다.
무전취식은 경범죄에 해당해 1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 등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고의성이 인정되거나 상습적일 경우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