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여성 징병제 논의를 ‘남성 차별’에 대한 해법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양성평등 문제 등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성 징병제는 1999년 헌법재판소의 군 가산점제 위헌 판결 이후 남성 역차별 문제로 다뤄지면서 소모적 논쟁만 벌어질 뿐 공론장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 노르웨이 등에서 여성 징병제가 양성평등이나 안보 강화를 두고 논의된 것과는 다른 점이다. 이스라엘, 노르웨이, 스웨덴 등은 남성과 함께 여성을 징병하는 대표적 국가이고, 미국에서는 유사시 여성을 징병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1948년 창군과 함께 여성 징병을 했다. 군 복무가 가능한 모든 국민을 동원해 분쟁 국가의 안보상 필요를 충족시키고 군도 사회적 평등 원칙을 충실히 따르기 위해서였다. 만 18세 이상 유대교인 남성과 여성이 모두 징병 대상이고, 남성과 여성의 복무 기간은 각각 32개월, 24개월이다. 여성의 경우 결혼이나 출산을 할 경우 면제받을 수 있다. 전체 병력의 35%가 여성이지만 전투병은 5% 정도다. 2000년 첫 남녀 혼성 전투 부대가 생겼다.
노르웨이는 2016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 중 최초로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징병제를 도입했다. 노르웨이에선 매년 19세가 되는 6만여 명의 남성과 여성이 복무 대상자가 되지만 이들 모두가 군에 복무하는 것은 아니다. 군이 필요로 하는 8000명 정도의 병력만을 선발해 징집하고, 징병 대상자가 되더라도 학업 등의 이유로 징병을 피할 수 있다. 노르웨이 여성 징병제의 쟁점은 여성 징병이 여성의 권리 향상과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되는지였다. 당시 노르웨이 국방부는 “군대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곳 중 하나인데, 이 집단이 남자에게만 열려 있다면 이는 평등이라는 기본적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 사회부 기자, 유재인 사회부 기자, 윤상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