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SKY 출신/대기업/서울 자가 2채/부모님 노후 탄탄’.

‘30대 중반/법인 사업자/월 건강보험료만 400만원/부모님 사업’.

‘프리미엄 소개팅 앱’을 표방한 한 애플리케이션에 올라온 남성들의 자기 소개서다. 대부분 학벌, 자산, 직업을 내세운다. 이 앱에서 여성은 얼굴 사진만 올리면 가입이 된다.

연애와 결혼에 있어서 ‘남자는 경제력, 여자는 외모’라는 성차별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 중 하나가 소개팅 앱이다. 일부 소개팅 앱은 자산, 직업, 외모 등의 인증을 통해 원하는 조건의 이성을 찾게 해준다. 남성은 경제력으로, 여성은 외모로 서열화가 이뤄진다.

서울대 학생을 위한 소개팅 앱에서 출발한 ‘스카이피플’은 회원이 47만명이다. 남자의 경우 카이스트 포스텍을 포함한 서울 중상위권 대학을 나오거나 공무원, 대기업, 전문직 등 확실한 직장을 갖고 있으면 가입이 가능하다. 여성은 사진만 올리면 되지만, 별도의 비용을 추가하면 의사나 법조인 같은 특정 직업의 남자를 소개받을 수 있다.

가입할 때 연봉이나 보유 자산·자동차 등을 인증해야 하는 앱도 있다. ‘골드스푼’(회원 13만명)은 1억5000만원 이상 자동차를 갖고 있거나 강남 3구 아파트, 네이버 부동산 시세 기준 20억원 이상의 집에 살면 가입할 수 있다. 여성은 보정하지 않은 사진을 올려 남성 회원들에게 일정 점수 이상의 평가를 받으면 가입할 수 있다. 대기업에 다니며 스카이피플을 이용한 권모(43)씨는 “나와 상대의 조건을 맞춰서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봉이나 부동산 인증을 못 한 탓에 평점이 낮아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에선 자산·소득 양극화와 성별 간 소득 격차가 크기 때문에 여성이 경제력 있는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연애·결혼이 비즈니스 전략처럼 추진되고 남자든 여자든 상품화되는 것”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 사회부 기자, 유재인 사회부 기자, 윤상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