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에 대한 공포는 지난 대선 때 20대 여성들의 ‘응징 투표’를 낳았다는 분석도 있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창당한 ‘여성의당’에는 대선 직전 “박지현을 지키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하자”는 20대 당원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n번방’ 사건을 파헤친 ‘추적단 불꽃’ 출신 박지현 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민주당 캠프에 합류했고, 국민의힘이 ‘여가부 폐지’ ‘무고죄 강화’ 등 20대 남성들이 주장하는 공약을 내세우자 전략투표에 나섰다는 것이다.

반면 남성들은 성범죄자로 몰리는 불안감, 남성 전체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시각에 크게 반발하며 보수당을 지지하고 나섰다.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를 크게 지지한 이유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11월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란 프레임은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을 것이라는 선동, 전라도 비하 등과 다를 것 없다”고 주장해 20대 남성들의 호응을 얻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3월 ‘무고죄 처벌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성범죄를 둘러싼 남녀 갈등이 심화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남녀 모두 피해자인 성범죄를 줄이는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급증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피해자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조직화·산업화하는 점을 큰 문제로 꼽았다. 백미연 경기도 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 지원센터장은 “디지털 성범죄로 누구나 돈벌이를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가해자를 적절하게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업화 고리를 끊는 데 수사력을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 사회부 기자, 유재인 사회부 기자, 윤상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