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남녀공학 고등학교에 다니는 정모(18)양은 “어릴 때부터 여자는 수학에 약하다는 말을 듣고 자라 당연히 문과로 진로를 택해야 하는 줄 알았다”며 “막상 학교에 와보니 과학중점반에 여자애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수학에 흥미를 들이지 못했던 걸 후회했다”고 말했다.

여학생들은 진로 선택 과정에서 이과보다 문과를 권유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남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이공계 최상위권을 노리고 과학고·영재고를 가기 위해 사교육을 시키는 경우도 많지만, 여학생은 그런 경우가 덜하다. 그 결과 중학교 성적 상위권 여학생은 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22년 전국 과학고 재학생 중 여학생 비율은 평균 20.3%, 외국어고는 72.3%였다.

여학생이 수학, 과학을 못한다는 것도 편견이다. 2018년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보면 우리나라는 성별에 따른 수학·과학 성적에 차이가 없었다. 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요즘은 남녀 학생들 간 수학 능력 격차가 거의 없다”며 “능력은 타고난 게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왜 여학생은 문과를 권유받을까.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는 “여학생 부모들은 딸이 인문계열을 전공해 공무원, 교사 같이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딸을 이공계에 진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이 과거보다는 늘었지만, 여전히 여자는 건축, 토목 등 험한 직업보다 육아휴직 등이 자유로운 직업을 갖길 원한다”고 했다.

인문계와 이공계 졸업생 간 임금 격차는 성별 격차에도 영향을 준다. 교육부에 따르면, 인문계열 졸업자 월평균 초임 급여(229만7350원)와 공학계열 졸업자 월평균 초임 급여(278만9683원)는 약 50만원 차이가 났다. 취업률도 차이 난다. 교육부 ‘2020년 대졸자 취업 통계’를 보면 전체 취업률(65.1%)에 비해 공학계열(67.7%), 의약계열(82.1%) 취업률은 높지만, 인문계열(53.5%), 사회계열(60.9%) 취업률은 낮았다. 기업의 이공계 선호도 가속화되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 인원 10명 중 6명(61%)을 이공계열 졸업자로 뽑겠다고 응답했다.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 사회부 기자, 유재인 사회부 기자, 윤상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