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백모(18)양은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중학생 때 읽었다. 입센의 ‘인형의 집’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로 유명한 리베카 솔닛의 책도 여러 권 읽었다. 그는 “교과서에 나오는 한국 소설은 대부분 남성 화자에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내용이 많아 여성 서사를 다룬 책을 찾아본 게 페미 책 읽기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2010년대 중반 이른바 ‘페미니즘 리부트’를 주도한 2030 여성들은 출판가에 페미니즘 붐을 일으킨 주역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페미니즘’으로 분류된 도서 구매자 가운데 20대 여성은 34.9%, 30대 여성은 17.7%로 과반을 차지했다.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정점은 ‘82년생 김지영’이 찍었다. 2018년 국내에서만 판매량 100만부를 넘겼고, 누적 138만부가량 판매됐다. 대학원생 강혜인(26)씨는 “주변에서 흔히 보는 여성의 삶을 다룬 소설인데 남자들이 왜 이걸 ‘꼴페미 책’이라 비난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솔닛 책을 펴낸 창비 출판사 관계자는 “2030 여성들은 자신이 겪는 문제의 해법을 책에서 찾고 싶어 한다”고 했다. 한 여성학 교수는 “예전엔 페미니즘을 접할 곳이 대학 강의였지만 지금은 책과 소모임 등 창구가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급증한 페미니즘서 판매량은 2018년 미투 운동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추세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페미니즘 도서의 전년 대비 판매 신장률은 2016년 179.4%, 2017년 100.8%에 달했지만 2019년부터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페미니즘 책들이 과잉이라고 할 만큼 많이 나왔고 여성주의 자체에 대한 피로도가 겹치다 보니 판매도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유재인·윤상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