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현지 자원봉사자와 인터뷰를 진행 중인 이근씨. /YTN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으로 참전한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대위 출신 유튜버 이근(38)씨가 자신을 향한 비난 여론에 입을 열었다. 양쪽 무릎 부상 정도와 전장에서 직접 목격한 러시아군의 전장 범죄 정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씨는 3주 전 당한 부상으로 2주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군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최근 기차를 타고 리비우로 이동했다. 이후 난민 구조 활동을 해온 한국인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안전지대로 옮겨진 상황이다. 조만간 치료를 위해 귀국할 예정이다.

이씨는 현지에서 자원봉사자의 질문을 받고 답하는 형태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26일 YTN을 통해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이씨는 “무릎 양쪽을 다쳤다. 전방 십자 인대 파열, 반월상 연골 파열, 외측 측부 인대 파열”이라며 “저는 재활 기간을 3개월로 보고 있는데 의사는 수술해야 한다더라. 특수부대 출신들은 회복이 더 빠르기 때문에 저는 금방 100% 회복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어떻게 다쳤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며 “어떤 침투 방법을 사용한 건데 아직도 (전장에서는) 그걸 하고 있다.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자신의 여권법 위반을 둘러싼 일부 비판 여론을 언급하며 “제가 이곳에 오는 건 당연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저를 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법을 어겼다는데, 제 마음으로는 교통법 하나 위반했다(고 생각한다)”며 “사람을 살리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특수부대 장교 출신이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 아무것도 안 한다면 그게 더 큰 범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근 씨가 25일 공개한 전우들과의 사진. /인스타그램

러시아군의 실상을 묻는 질문에는 “(러시아군의) 범죄를 직접 많이 봤다”며 “민간인이 도망가려고 차에 타 운전을 한다. 그럼 그 차에다가 그냥 쏘더라. 제 눈으로 봤고 작전 캠으로 녹화도 했다. 나중에 다 범죄기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한테 이 전쟁은 그냥 ‘착한 사람들 vs 나쁜 사람들’ 싸움이다”이라며 “처음에는 우크라이나를 도와줘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왔는데, 도착해 눈으로 보니 마음이 더 뚜렷해졌다. 러시아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씨는 의용군 입대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만류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그냥 우크라이나를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확실한 계획이 없다면 오히려 민폐가 된다”며 “한국 남자들은 최소 2년의 군 경력이 있지만 그것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기 장비가 있고 전쟁 경험이 있고 노하우가 있어서 오자마자 투입될 수 있고 우크라 군에게 스킬셋을 제공할 수 있다면 도움 된다. 하지만 훈련, 장비, 음식, 돈을 요구한다면 굳이 왜 오냐”며 “우크라군에서 확실히 말하고 있는 건, 이곳에서는 여러분을 훈련시킬 방법과 인원이 없다는 거다. 그래서 이제는 지침이 무조건 전투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걸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한국에서 부상을 회복한 뒤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복귀할 것을 희망하고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부 허가 없이 무단으로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 지역인 우크라이나에 입국해 여권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유죄가 인정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거나 여권 반납·무효화 등의 행정 제재를 받게 된다. 앞서 이씨 역시 자신의 상황을 알고 우크라이나 당국에 도움을 요청한 바 있다.